사이코패스의 詔書


"짐이 황천(皇天)의 명령을 받아서 만방에 군림하였는데, 황통을 이은 이래 어떤 좋지 않은 일이 있었기에 비방하는 소리가 천하를 가득히 부채질하는가? 사람을 죽인 것이 1천 명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이를 잔학하다고 하는가! 길가에 다니는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아직 드물지는 않다. 바야흐로 마땅히 형벌을 엄하고 극한으로 내려야 할 것이니, 다시 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즉위 1주년을 기념해 선포한 조서에서
                                부생(符生) 

더욱 압권인 것은, 저 조서를 선포한 직후 호랑이나 승냥이 같은 들짐승이 자주 출몰하여 장안 근교에서만 700여 명이 넘는 백성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조정 회의를 소집하였는데 여기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다.

"들짐승들은 배가 고프면 사람을 잡아먹고, 배가 부르면 마땅히 스스로 그칠 것인데 어찌 제사를 지낼 수 있겠소? 또한 하늘이 어찌 백성들을 아끼지 않겠소? 바로 죄를 범한 자가 많기 때문에, 짐을 도와서 그들을 죽이는 것 뿐이오."

이런 작자가 황제랍시고 앉아있었으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지...-_-


덧글

  • 들꽃향기 2010/11/15 23:25 # 답글

    왠지 몽골의 운게른씨를 연상시키는 대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남조황제들의 막장행각이 주로 주목되지만, 북조에도 부생이나, '방생'을 실천한 북제 황제 등등을 보면 정말 저 시대는 아슷흐랄의 시대 같기도 합니다. ㅈㅈ
  • 에드워디안 2010/11/15 23:43 #

    난세에는 영웅과 더불어 사이코패스도 속출하기 마련이지요.

    PS. 북제 황제들의 엽기행각은 악명이 높지요...-_-;;
  • 위장효과 2010/11/16 08:27 # 답글

    시대가 그렇게 만든 건지 아님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건지...

    게다가 더 사람 뒷목 잡게 만든 건...부생이 부견의 아들이라는 거죠...
  • 에드워디안 2010/11/16 09:23 #

    무슨 말씀이신지? 부생과 부견은 사촌지간이었는데요...?
  • 위장효과 2010/11/16 16:06 #

    어, 그랬나요? 도대체 뭐에서 이렇게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죠?

    부홍이 애꾸눈에 성질 개차반인 부생을 무지 싫어한 건 알고 있었지만...지금껏 부건을 부견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가...
  • 에드워디안 2010/11/16 16:22 #

    부건이 부생의 아버지고, 부견은 부건의 동생 부웅의 아들이지요. 부홍은 부건-부웅 형제의 아버지입니다.

    부생이 어릴 적에 할아버지 부홍이 '눈물도 한 쪽으로만 흘리느냐'며 농담조로 말하자, 화가 난 부생이 스스로 단검으로 얼굴을 찌르는 등 대놓고 반항했죠. 그러자 놀란 부홍이 채찍으로 부생을 때리자 부생 왈, '본래 내 성격은 칼이나 창에 맞지, 채찍에는 맞지 않는다. 죽일 테면 죽여라. 채찍으로 사람을 때려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아무리 손주라도 이런 망나니는 살려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부홍이 부건으로 하여금 부생을 없앨 것을 명령하였으나, 부웅이 이를 만류한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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