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오히라 회담 국제, 시사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일본 총리는 4월 30일, 6일간의 공식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작년 12월 7일 취임 이후로 최초의 해외 나들이인 오히라의 이번 訪美는 그러나, 마냥 즐거운 여행만은 아닐 것이다. 이른바 美日경제전쟁 때문에 마지못해 가는 여행길이기 때문이다.

美日간 경제마찰은 미국의 엄청난 對日 무역적자에서 비롯되고 있다. 77년 80억 달러에 달했던 무역적자는 116억 달러로 급증, 현재 미국의 對日불만이 만만치가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일본이 약속했던 '7% 성장률 유지' 공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리자, 미국의 감정은 위험수위에까지 도달한 상황이다.

7% 성장률 유지는 작년 서독 본에서 개최된 G7 정상회담 당시, 일본의 지나친 경상흑자를 줄이기 위해 후쿠다(福田) 수상이 미국에 약속했던 공약으로, 오히라 수상이 취임 직후 '지킬 수 없는 무리한 약속'이라는 이유로 이를 단념, 6.3%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해버린 것이다.

이에 카터 대통령은 오히라 수상에게 친서를 보내 7% 성장 단념에 유감의 뜻을 표했으며, 이어 일본의 정부투자기관인 전신전화공사(電信電話公司, 電電公司) 등을 포함한 일본 정부의 물자조달에도 미국기업의 자유로운 입찰 참여를 요구하면서, 오히라 수상의 訪美를 촉구했다.

미국측은 입찰 참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6월에 도쿄(東京)에서 개최되는 G7 선진국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며, 일본의 對美 수출상품에 대해 수입과징금을 부과하려는 의회의 움직임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산킨코타이(參勤交代)식의 訪美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내심 미국의 강경자세에 당황, 이번 방문을 결의하게 된 오히라 수상.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무역수지 같은 소소한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냐는 체면을 고려, 수상의 訪美 이전에 이 문제의 타결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일본측은 해결방법의 하나로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몇 차례 줄다리기를 한 끝에 지난 23일, 電電公司 입찰 한도액 23억 달러를 포함한 총액 69억 달러線을 제시했으나,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5억 달러의 증액과 電電公司의 납품대상 품목에 크로스바 교환기 ・컴퓨터 등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자 국내업체의 반발과 電電公司의 반대(총재가 사표를 제출) 등에 직면한 일본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는 5월 2일, 백악관에서 개최되는 카터 대통령과 오히라 수상의 美日정상회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카터-오히라 정상회담에서 美日 양국은 電電公司의 물자조달에 대한 시장개방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했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로 합의, 경제전쟁 발발의 위기를 넘겼다.

이번 美日정상회담의 가장 큰 이슈는 양국간의 무역불균형 해소 및 이에 따른 미국상품에 대한 일본시장의 개방 ・일본의 對美 무역흑자 감소 ・미국의 인플레 억제와 석유수입의 자제 등이었다. 5월 3일에 공표된 공동성명을 보면 20개 항목 중에서 경제분야가 9개 항목에 달해, 美日경제관계의 심각성을 증명했다.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한 때 電電公司의 물자조달을 둘러싸고 양국의 입장이 날카롭게 대립, 회담이 결렬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경제문제로 양국관계가 악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양국 정상의 결단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은 무역분쟁의 해결을 위해 일본은 국내수요의 증대 ・제조상품에 대한 시장개방으로 무역흑자를 축소하는 한편, 미국은 인플레 억제 ・석유수입 감축 ・수출증대를 통해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노력하며, 경제정책의 건의를 위해 美日 양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원칙적인 합의로 경제전쟁이라는 최악의 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향후 실무자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서 언제 또다시 재연될지 알 수 없는 잠정적인 휴전 상태라고 일각에선 평가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80년대의 美日관계 ・동남아시아 정세 ・中蘇관계 ・한반도 정세 ・中東문제 ・에너지 ・국제경제 ・G7 정상회담 ・도쿄라운드 ・南北문제 등, 양국의 현안문제를 포함, 공동관심사에 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가졌다.

경제문제 이외의 주요 이슈는 최근 급격히 증강된 소련의 극동군사력 ・소련의 인도지나 진출과 한반도 정세 ・중동문제 등이다. 안보문제에 관해 카터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노력과 주일미군 경비를 일부 부담키로 한 것을 높이 평가했고, 오히라 수상은 일본의 능력에 알맞은 자위력의 질적 향상에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아시아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계속 관심을 갖고 안보 약속을 지킬 것이며, 이 지역의 불안정 요인이 확대되지 않도록 美日 양국이 각 분야의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특히 관심을 보인 문제는 소련의 군사력 증강과 베트남의 소련기지화 문제다. 일본은 SALT II에서의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한편, 소련 극동함대의 전력 증강과 소련 해군의 베트남 주둔 문제에 우려를 표명했고, 미국도 이에 동조,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다.

오히라 수상의 취임 이후 최초로 열린 이번 美日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일본 언론은 경제전쟁을 회피한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으며, 집권 자민당은 이번 회담의 성공으로 美日우호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오는 6월의 G7 정상회담도 성공리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생겼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덧글

  • KittyHawk 2011/04/28 15:01 # 답글

    미국의 산업 전환... 제조업의 한계를 넘고자 금융업을 택한다는 것이긴 한데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계기로 뒤돌아 보면 미국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버린 게 아닌가 싶어지더군요. 누군가가 한 말이 그래서인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 사회는 실제로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