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王政 폐지 국제, 시사



그리스 군사정권의 공화제 선포는 지난 68년 9월, 왕권(王權) 제한을 규정한 신헌법을 채택함으로써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기는 하지만, 공화제 선포의 밑바닥에는 군부와 군사정권이 갖는 내부적 모순과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집권세력의 체질 개선 혹은 강화를 노린데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 군사정권은 원래 그리스 국내의 급진적 사회주의 세력의 성장을 막기 위한다는 명분 하에 왕실을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켰기 때문에, 콘스탄티노스 국왕이 군부 집권을 반대하여 逆쿠데타를 기도했음에도 現 군사정권의 지도자들은 차마 왕정 폐지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왕정이라는 통치 형태의 동질성을 존중하는데 집권의 정치적 명분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現 군사정권이 갑자기 공화제를 선포한 것은 陸 ・海 ・空 등, 군부의 분파 대립으로 軍政의 정치적 구심력이 흐려져 이에 따른 집권 계속의 대내외적 명분과 기반이 약화되는 현실적 상황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취해진 조처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군부의 의도는 공화제 찬반의 국민투표를 2개월 이내로 실시한다는 파파도풀로스 수상의 공화제 선포 성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무튼, 그리스는 軍政 집권 6년만에 또한 오스만 터키로부터 독립한지 140여년만에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로 政體를 바꾸게 되었다. 67년 당시, 대령 신분으로서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파파도풀로스 現 수상은 일사불란한 군부, 특히 육군의 지원을 배경으로 대내외적인 도전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된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지난주 퇴역 왕당파 해군제독들이 주동이 된 불발 쿠데타와 나토 훈련에 참가 중이던 구축함 승무원들이 일으킨 反정부 반란은 現 정부에 대한 커다란 도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왕당파 성향이 강한 해군 뿐만 아니라, 최근엔 공군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기 때문에, 軍政 수뇌부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의 배후엔 지난 67년 12월, 파파도풀로스의 축출을 기도하려다 실패, 이탈리아로 망명한 콘스탄티노스 국왕이 있었다.

지난 6월 1일, 공식적으로 폐위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그리스의 합법적 국가원수로 간주되어온 콘스탄티노스는 많은 反정부 인사들과 민주화 세력 규합의 구심점이 되어왔었다. 돌이켜 보면, 화근은 군주제를 과신한 시대착오적인 젊은 국왕 콘스탄티노스에게 있었다. 지난 65년 7월, 당시 수상이었던 좌파 성향의 파판드레우를 군부 ・우익과 공모하여 해임시켰던 것이 오늘의 사태를 낳은 원인 중의 하나다.

그 후 그리스에서는 정정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군부의 발언권이 꾸준히 강화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파파도풀로스 대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서방 자유세계에서는 최초로 군사독재정권이 수립되었던 것이다. 파파도풀로스 수상은 형식상 그대로 남아 있던 왕권을 대폭 제한하는 신헌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철저한 독재체제를 구축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고 反정부 세력을 탄압하여 국제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을 받아왔다.

더욱이 現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물가 앙등 ・빈부격차의 심화 ・노동자들의 스트라이크 등이 나타났으며, 지난 1월에는 학생들의 소요사태까지 일어나 경찰과 충돌하는 등, 군사정권은 대내외적 시련에 부닥쳐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말하자면, 군사정권은 무력만으로는 더 이상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운 궁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에, 왕정을 폐지하여 1차적으로 反정부 세력의 구심점을 제거하고, 공화정을 통해 국민 지지의 확대를 노리며 더 나아가 외부로부터의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러나 폐위된 콘스탄티노스 前 국왕을 중심으로 反군부 세력과 좌파 중앙동맹 지지 세력 등, 좌우(左右) 양파를 망라한 국내외 세력의 도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리스 군사정권의 총선에 의한 공화제 및 민선(民選) 정권 탄생도 적지 않은 시련이 예상된다.


덧글

  • Joker™ 2011/06/02 23:26 # 답글

    이런 거 보면 프랑코가 레알 영웅은 영웅입니다, 그려
  • 에드워디안 2011/06/02 23:39 #

    보통 군인들에 비하면, 차원부터가 달랐죠.
  • KittyHawk 2011/06/02 23:54 # 답글

    그리스 왕실은 참 지지리도 운이 없군요. 스페인의 프랑코는 참 영리하고 현명함이 있기라도 했는데...
  • 에드워디안 2011/06/03 00:05 #

    그리스 현지에서는 콘스탄티노스 2세의 경솔함이 국가 불행의 원인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수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암덩어리'라는 모욕까지 받았겠습니까...
  • BigTrain 2011/06/03 00:25 # 답글

    컹, 그리스 군대사에는 까막눈이었는데 왕이 친위쿠데타로 파판드레우를 몰아냈다가 군부에게 역으로 쫓겨난 거였군요.

    이래서 권모술수도 아무나 부리는 게 아닌데.. 젊은이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요.
  • 에드워디안 2011/06/03 00:46 #

    열혈 공화파였던 파판드레우에 대한 국왕의 불신감이 비극의 씨앗인 셈이었죠. 게다가 파파도풀로스의 쿠데타를 추인해 놓고선 정작 얼마못가 역쿠데타를 기도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로마로 도망쳤고, 망명지에선 공화제 반대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며 징징대는 등... 참, 말 많고 탈 많은 국왕이었습니다.
  • Real 2011/06/03 01:34 # 답글

    그래도 발칸반도에서 제일 안정적이었던게 그리스 아니겠습니까?ㅋ
  • 위장효과 2011/06/03 01:48 #

    거기도 발칸반도인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토 1세부터 시작해서 요르요스 1세가 왕이 되는 과정자체가 딱 발칸정정 어지러운 것의 시발점격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그 후에 글뤽스부르크 왕가도 보면 얌전하게 임종한 왕 찾는 게 어려울 지경입니다.
  • 위장효과 2011/06/03 01:42 # 답글

    게다가 그리스 왕실이란 거 자체가 19세기 열강들에 의해 "간택"되어 간 집안 아니겠습니까. 바이에른 왕의 아들인 오토에 덴마크 왕가 출신인 요르요스 1세에.
    지금 에든버러공작 필립 대공도 저 가문 소속이긴 하지요.
  • 에드워디안 2011/06/07 11:07 #

    그러고보니,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왕실도 글뤽스부르크 가문의 일원이었지요?
  • 들꽃향기 2011/06/03 01:46 # 답글

    반정부 인사들과 민주화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었음에도 콘스탄티노스 국왕의 정치적인 입지나 실제 권력기반은 미약했던 모양입니다. ㄷㄷ
  • 2011/06/03 10: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에드워디안 2011/06/07 11:09 #

    그나마도 내전이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얻어낸 결과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06/04 00:04 # 답글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 비교하면 막장입니다.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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