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갈의 독재자 안토니오 데 올리베이라 살라자르 前 총리가 최근 RTP TV 프로그램 투표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포르투갈인'으로 선출된 것을 계기로, 살라자르의 공과(功過)를 놓고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 살라자르는 총 15만 9245표 중 41%를 얻어,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와 2차대전시 유대인 수천명을 구한 외교관 아리스티데스 데 수사 멘데스 등, 쟁쟁한 인물들을 제치고 최다 득표를 기록한 것이다.
좌파 진영은 정적(政敵)을 아프리카 식민지의 강제수용소로 추방한 인물이 어떻게 현대 유럽의 한 국가에서 존경받을 수 있냐며 분노했고, 집권 사회당 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전화선을 통해 복수로 표를 던졌다며 비난했다. 성난 한 시청자는 RTP 방송의 웹사이트에 남성 우월주의자(마초이스트) ・저능아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만이 살라자르에게 표를 던질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살라자르의 전기(傳記) 작가인 페르난도 다코스타는 '독재를 타도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4.25 혁명에 대한 환멸과 관련된 포르투갈인의 복수'라 평가한 것이다. 살라자르 체제 당시, 수 차례에 걸쳐 투옥됐던 다코스타는 "포르투갈인은 살라자르의 부활을 원치 않지만, 그들이 과거에 가졌던,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살라자르의 고향 산타 콩바 다오(비미에이로)에는 살라자르의 '망령'이 도처에 있다. 살라자르의 생가(生家)는 빈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데 '통치했고, 절대 강탈하지 않는 한 신사'란 작은 표지판이 있을 뿐이며, 인근 그의 묘지를 찾는 방문객도 거의 없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75세의 한 주민은 "위대한 사람이 이렇게 대접받는 것은 수치다. 살라자르가 나쁘다면, 오늘날 정치가들은 더 나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7세의 학생은 "오늘날 포르투갈인은 믿음이 없고, 가치와 목적을 빼앗겼기 때문에 살라자르를 위해 두 번 투표했다"며 "버스에서 누군가 할머니에게 무례하게 대하면, '지금 포르투갈에 필요한 사람은 안토니오 (살라자르)다'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곳에 세워졌던 살라자르의 흉상 머리 부분이 지난 30여년간 시청 창고에 보관되어 왔는데, 산타 콩바 다오의 보수파 루렌소 시장은 건축 계획중인 살라자르 박물관 옆에 동상을 복원시킬 것을 바라고 있다. 흉상의 나머지 부분은 1974년 혁명 직후, 파손 ・철거되었다.
사회학자들은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와 경제 불안정 ・불확실한 미래가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향수를 유발한 세계적 풍조의 일부분'으로 살라자르 인기 현상을 진단했다.
덧글
그리고 수단은 이미 1950년 즈음에 독립했습니다. 영국이 수단에서 생긴 문제를 나 몰라라 하고 독립선선에서 그런 것이지만요.
님의 의견도 나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식민지의 안전 보장, 더 나아가 인근 흑인국가들의 약체화를 도모하기 위해, 수단 남부와 자이레의 반군을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하고도 남으니깐요. 실제로 1970년 당시, 포르투갈은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기니비사우 주둔군을 기니 공화국에 침투시켜 독재자 세쿠 투레를 압박한 사례도 있습니다. 덕분에 포르투갈 철퇴 이전까지 투레도 당분한 행동을 자제해야만 했죠.
74년 이전까지 포르투갈과 남아공은 상호 협조 하에 보츠와나와 로디지아(짐바브웨), 말라위, 레소토, 스와질란드 같은 국가에 압력을 행사하여 남부 아프리카에서의 경찰 역할을 자임했는데, '제국주의 잔재'라는 비난과는 별개로, 양국의 존재가 현지 정세 안정에 일조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tex2100//
2차대전의 전화를 거치면서 제 코가 석자였던 영프 양국의 입장에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식민지에서 무작정 빠져나온 감이 없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쟁까지 치르면서 버티던 포르투갈이 희귀한 케이스. 그런데 사실, 식민지가 없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던 영프와는 달리, 포르투갈은 사정이 정반대였거든요.
살라자르가 생전에 가장 걱정했던 사태가 바로 식민지 해방으로 포르투갈이 '제국'에서 '2류국가'로 격하당하는 것으로, 결국 카네이션 혁명이 그것을 현실화시킨 셈. 아니나다를까, 포르투갈의 총체적인 국력과 위상은 살라자르 시절에 비하면... 할 말이 없죠. 영원히 유럽의 2류국가에 머무리라 전망합니다.
오래 가지고 있어 봐야 막장 되는 건 똑같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