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미국 정부 국제, 시사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조금 특이한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실었다. '워싱턴 시내 조지 워싱턴大 인근의 포기 바텀 메트로(지하철)역에 새로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지역 소식지 한 구석에나 어울릴 법한 뉴스를 어째서 1면에 이렇게 크게 다뤘을까'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내려가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메트로역 에스컬레이터는 '빚더미' 미국 경제가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을 상징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워싱턴에서 신설 메트로역이 아닌, 기존 역에 새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것은 근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워싱턴 메트로역은 노화(老化)로 인해 수많은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에 시달리고 있었다. 시민들도 이미 에스컬레이터를 '계단'으로 인식한 지 오래다. 하지만 시(市)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이유는 물론, 돈(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하철역에 새로 들어선 에스컬레이터 한 개가 '주요 뉴스'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기사에는 '새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는 시민의 반응까지 곁들여졌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유일한 슈퍼파워' 미국의 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곤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실제로 미국이 처한 모습이 이러하다. 연방정부나 주정부 할 것 없이 막대한 부채에 짓눌려 있다.

지난 경제위기 이후의 경기부양책, 급증하는 의료보험 ・연금 지출, 부유층에 대한 감세 혜택 등으로 세수(稅收)가 세출(歲出)을 도저히 쫓아가지 못하면서 이미 14조 3000억달러(약 1경 5000조원)의 정부 부채 한도를 모두 소진한 상태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정부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언론은 연일 부채 한도를 둘러싼 암울한 전망으로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정부의 부채 규모가 너무나 천문학적이어서 감(感)을 잘 잡지 못하는 미국인들도 일상 생활을 통해 이런 현실을 체감한다. 워싱턴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도로는 제때 보수를 하지 못해 땜질과 균열로 만신창이가 돼있고, 주정부들은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주차 ・속도 위반 등에 전례 없이 공격적으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전역의 주립대들은 주정부가 교육예산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앞다투어 등록금을 인상하는 추세다. ...미국인들이 '돈 없는 정부'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신기할 정도다.

더구나, 지금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치권의 이견(異見)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물론, 미국 정부가 국가 부도까지 가는 상황을 방치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이미 체면을 구길대로 구겼다.

확실히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덧글

  • 담배피는남자 2011/07/23 16:36 # 답글

    표현을 달리 하자면
    돈 없다가 아니라 찍어놨던 돈이 다 떨어졌다고 할 수도 있겠죠.

    어차피 돈이야 찍어내기만 하면 금방인 나라라서...
    근데 돈 찍을 돈이 없으면...ㅋㅋ
  • KittyHawk 2011/07/23 19:33 #

    예전에 비용 아끼는 차원에서 1달러를 동전으로 대체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었다는군요.
  • jaggernaut 2011/07/23 16:38 # 답글

    미국은 부가가치세 도입+석유세도입+복지축소 외에는 답이 없더군요. 부가가치세가 아직도 도입 안되었다는 점에 꽤 놀랐습니다.
  • KittyHawk 2011/07/23 19:37 #

    그런데 그 사항들이 해외 인재들의 미국으로의 유입을 유도해온 면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다른 한편으론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 KittyHawk 2011/07/23 19:39 #

    미국 사회를 장기간 그 안에서 지켜보았거나 살다 온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운이 나쁘지 않는 한 부족함 없이 살수 있다는 건 맞는 얘기인 것 같더군요.
  • dex 2011/07/24 21:03 # 삭제

    미국의 세금은 중앙정부에 내는 세금과 지방정부에 내는 세금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세금으로 부가가치세가 널리 쓰이고 있구요.
  • KittyHawk 2011/07/23 19:32 # 답글

    민주당은 그렇다치고 미 공화당 정치가들 중에 맥케인처럼 굉장히 솔직하고 돌파력 있는 일부 인사들 외의 인사들이 얘기하는 거나 하는 짓을 보면 '이 작자들 머리엔 대체 뭐가 있나?' 싶더군요. 자기들 고집을 경전처럼 붙잡고 사수를 외치는 걸 볼 때마다 링컨 대통령이 지금 시대 지도자로 지냈다면 같은 공화당원들한테 무슨 심정이었을까 싶어지곤 합니다. 심하게 표현해서 레이건 이후로 공화당의 정치력이 많이 하락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파파라치 2011/07/23 23:27 #

    아버지 부시만해도 레이건만은 못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세를 공약으로 걸었지만 재정 위기가 우려되자 결국 인기 하락을 무릎쓰고 증세를 단행했었죠. 문제는 그런 아버지가 재선에서 실패하는 것을 보고 "교훈(?)"을 얻은 아들 부시가 그야말로 포퓰리즘적인 앞뒤없는 감세와 인기영합적 재정확대를 단행했다는 거...
  • tex2100 2011/07/26 12:51 #

    키티호크/러시 림보나 사라 페일린같이 아무나 공격하는 사람을 볼때 공화당은 답이 없는 거 같습니다.
  • RuBisCO 2011/07/24 00:38 # 답글

    사람들이 죄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이타적일 수는 없으니까요.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결국 그게 돌고돌아서 나중에 자기 발등 앞에 다시 떨어지면 그때 되면 정신을 차리지만 이미 늦은 뒤이고.
  • 킹오파 2011/07/24 01:38 # 답글

    증세하고 복지비 대폭 축소 + 국방비 축소 이렇게 해야 다시 미국이 건실해 질듯.. 예산의 28%가 사회복지 예산이니 우선적으로 사회복지 예산 칼질은 물론이거니와 국방비도 줄여야 함.
  • 에드워디안 2011/07/24 02:08 #

    국방비 감축이야 그렇다 쳐도, 증세와 복지 축소는 '감전사'를 각오해야 할 정도의 엄청난 난제인데...

    자신의 정치 생명을 내걸면서까지 그러한 모험에 나서는 이가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요?;;
  • 킹오파 2011/07/24 14:32 #

    안하면 나라가 망하는데 나라가 망하길 바란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천히 죽어가든가... 뭐 나라 망하게 냅두고 싶다는데 누가 말립니까? 아무도 나서지 않고 아무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망하겠죠.
  • 루바르트 2011/07/24 20:38 #

    28%가 아닙니다-_-; 미연방예산의 60%가 사회복지비용이지요.
  • 킹오파 2011/07/24 23:40 #

    맞아요. 제가 착각했어요. 일단 사회복지 예산(이건 의료보험까지 포함이겠지요.) 싸그리 짤라야 합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07/24 04:13 # 답글

    부시가 그렇게 삽질을 하지 않았더라면 재정적자가 저렇게 쌓이지도 않았을거고, 후임자들이 그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었겠죠.

    이 상황에서 증세나 정부지출 감소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으나 소득및 소비 감소와 투자감소를 야기하므로 경기침체를 불러올것이 뻔하니 꺼내들기도 쉽지 않고 말입니다. 문제는 이게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죠. 일본이라던지, 남유럽도 해당이므로 대마불사를 각오하지 않는이상 결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 shift 2011/07/24 14:23 # 답글

    신은 있는가보네요 ㅋㅋㅋㅋ 미국에게 슈퍼파워를 줬지만 부시2세를 주셨군요.
  • 나인테일 2011/07/24 14:36 # 답글

    그래프를 보니 부시 부자가 헬게이트를 열었군요. 클린턴이 좀 잡아놓나 했더니 아들부시 강림... 아아 망했어요..(....)
  • 유니콘 2011/07/27 18:13 #

    엄밀히 아버지 부시보다는 그 전임자 전직 영화배우 아저씨가 8년간 헬게이트를 연게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_-;;; 엄밀히 아버지부시는 미국으로서는 페르시아만전쟁을 현재와 같은 양상으로 이끌라는 주변의 충고를 씹은 거만으로도 찬양받아 마땅하죠-_-;;;
  • ㅇㅇ 2011/07/24 16:07 # 삭제 답글

    미국식자본주의의 당연스런 결말이죠.북유럽식 복지주의의 가치가 더욱강조되는 순간이네요;)
  • 나인테일 2011/07/24 19:35 #

    북유럽 재정도 별로 안 좋은데 말입니다
  • jaggernaut 2011/07/25 18:22 #

    북해 유전끼고 팔아먹는 노르웨이 말고는 골로간지 오랜뎁쇼?
  • KittyHawk 2011/07/27 09:16 #

    스웨덴과 핀란드가 어떤 지경이 되어가고 있는지 보고서 그 소리를 하시기 바랍니다.
  • dunkbear 2011/07/25 08:17 # 답글

    국방감축도 쉽지가 않죠. 낡아빠진 각종 무기들을 대체해야 하는데다, 이라크와 아프간
    에 아직도 주둔 중이니 거기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근데 사회복지비용에 60 퍼센트를
    쏟는데도 보험없이 병원 치료를 받는데 엄청난 돈을 써야하는 이 아이러니는... ㅡ.ㅡ;;;
  • jaggernaut 2011/07/25 18:32 #

    미국의 의료보험은 주로 직장에서 제공할 것을 의무화한데서 벌어지는 촌극입니다. 직장제공 의보를 든 사람은 단 한푼도 안내면 되니 가장 비싸고 불필요한 진료를 선택하고 미국 의사들은 그걸 이용해서 값비싼 치료방법만을 연구하고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까지 권유하는 구조라서요.

    소위 무상이라고 쓰고 딴사람이 돈을 내는 구조의 폐해의 산증인이 미국 의료체계입니다. 오바마의 골때리는 측면은 바로 이런 구조개혁으로불필요한 거품을 뺄 생각은 안하고 전 국민 의료보험가입이란 악수를 뒀다는점입니다.

    그리고 현 복지예산 증가추세라면 미국재정의 앞날은...
  • tex2100 2011/07/26 12:50 #

    jaggernaut/오바마는 따지고 보면 노무현 MK2 입니다.
  • dunkbear 2011/07/26 13:10 #

    jaggernaut님 // 전 국민 의료보험가입 때 일어난 난리와 논란을 생각하면,
    구조개혁한다고 나섰다가 암살 당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ㄷㄷ;;;;

    tex2100님 // 부시 집권 이후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스타일의 대통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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