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국(政局)의 장래 세계사




작금의 일본 정계는 육군 기밀비 사건 ・마쓰시마(松島) 유곽지 문제 ・박열(朴烈)의 괴사진(怪寫眞) 사건으로 인해, 실로 형용할 수조차 없는 추잡 ・혼란한 상태를 폭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역죄(大逆罪)로 수감된 박열의 괴사진 배포 사태는 황실(皇室)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극히 중대한 도화선인 셈이다.

그리하여 온건 ・자중하면서 정책본위(政策本位)를 표명하고, 은연히 정부에 대한 타협을 추구해왔던 정우본당(政友本黨)마저 反정부 공격의 반기(反旗)를 들게 되었다. 정우본당의 가세로 야당 연합의 진용이 형성된 동시에, 現 정부 및 여당에서는 야당과의 대결을 불사할 것은 물론, 제52회 제국의회(帝國議會)의 해산을 목표로 각 방면에서의 준비를 시작하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어 주목이 간다.

해산이 실현될 경우, 보통선거의 단행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선거 이후의 일본 정국의 장래는 과연 어떠할까? ...물론, 헌정회(憲政會)는 現 와카쓰키(若槻) 내각의 여당이며, 보통선거법의 책임자인 동시에 보선(普選)의 실행자다. 긴축과 일부 법률안 개정에 있어서 나름의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정우회(政友會)로 말하자면 이토(伊藤)公의 창당 이래, 지난 20여년간 축적되어 온 지반과 세력으로 말미암아, 일본 정계에서 그 누구도 경시할 바가 아니다. 야마가타(山縣)公의 위망(威望)으로도, 가쓰라(桂)公의 권략(權略)으로도, 오쿠마(大隈)侯의 성세(聲勢)로도 분쇄하지 못한 집단이 바로 정우회였으며, 헌정회가 총선에서 간섭을 남발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정우회의 세력을 소탕 ・
파괴하진 못할 것이다.

반면, 정우본당은 사정이 다소 곤란하게 되었다. 야당 연합의 주도권을 정우회에 선점당했고, 헌정 ・정우 양당에 밀려 정치자금 공급의 부족도 문제려니와, 정우회의 복당(復黨) 작전에 말려들 수도 있다. 향후 해산의 결과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분명, 정우본당의 공중분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우본당의 공중분해로 정우회와 헌정회 양대정당 간의 대혼전(大混戰)이 발생할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보통선거로 선거 경쟁의 범위가 훨씬 확대된 상황에서 혼란 ・복잡한 실태는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는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신흥세력의 대두인데, 바로 농민당(農民黨)의 활동이다. 아직 훈련된 통제력과 확고한 단체력이 없는 이상, 일거에 천하(天下)를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헌정 ・정우회 양당의 각축전에 임하여 어부지리의 이득을 보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며, 현재 일본사회가 당면한 경기침체 ・민생(民生) 불안정 ・사상(思想)의 동요 ・기성정당의 추태로 보아, 의외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여하튼, 모든 방면으로 보아서 정우본당의 해체와 신흥세력의 대두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고, 각종 추문이 겹쳐감에 따라 정계의 파란도 한층 복잡해질 것은 불가피할 듯 하다.



덧글

  • 담배피는남자 2011/08/02 18:07 # 답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 칼자루 쥔넘들이 에도막부멸망 이후 다시 정치판에 등장하게 되죠...
  • 에드워디안 2011/08/03 01:10 #

    그 결과는 15년 전쟁과 제국의 패망... 메이지 이래의 모든 위업이 도로아미타불.
  • 담배피는남자 2011/08/02 18:11 # 답글

    사실 이런글들도 역사를 바로 보기에 많은 도움이 되는거 같습니다.
    울나라에서 가르치는거야 식민지배가 어쩌고 저쩌고뿐이라
    정작 일본이 왜 군국주의로 들어갔으며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죄다 생략되고 "걍 나쁜넘들이니깐~"으로 귀결되죠.

    뭐, 지금도 그렇긴합니다.
    일본 정치인 누가 망언을 하나 안하나에만 관심이 있지
    걔들이 뭘 하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고...

    전후 일본 정치가들 중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들 꽤 많죠. 슨상님이 전후 아시아
    최초인줄 아는 사람도 있을정도...ㅋ
  • 에드워디안 2011/08/03 01:10 #

    1.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2. 과거사 관련 문제와 거기서 비롯된 반일감정에만 몰두하는, 소위 '피상적인 對일본관'의 폐해인 셈입니다.
  • 들꽃향기 2011/08/03 11:53 # 답글

    잘 보았습니다. 종래 엘리트층의 도덕적 문제의 지적과 이를 틈탄 데모크라시의 제기라는 시대 배경이 눈에 잘 요약되는 내용인 것 같네요. 근데 마쓰지마 유곽 사건이라니...;;; 정치인들이 유곽에서 놀다가 걸린거려나요;; 이쪽을 잘 모르다보니...ㅠ
  • 에드워디안 2011/08/04 13:00 #

    1925년말~26년초경, 오사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마쓰시마 유곽을 교외로 이전시킨다는 소문(다만, 오사카부 당국의 이전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판명-_-)이 나돌자, 관서지방의 몇몇 토지회사들이 유곽지 유치 경쟁을 통해 여야 諸 정당들에 거액의 뇌물을 뿌린 스캔들이었습니다. 기소된 여당 총무가 와카쓰키 수상을 위증죄(유곽지 이전을 지시한 사실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고발, 수상마저 심문을 받는 등, 온갖 더러운 물이 튀겼었는데...

    이듬해 발생한 쇼와 금융공황의 파고에 밀려 흐지부지되었지만, 정재계간 검은 커넥션을 여실히 폭로,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더욱 고조시켰지요. 여당 헌정회 본부 간판에 '공인(公認) 사기꾼 음모단 본부'란 낙서까지 쓰여질 정도였으니, 오죽하겠습니까만...;;
  • 들꽃향기 2011/08/04 14:32 #

    아. 그런 사건이었군요. 근데 정작 오사카부 당국은 이전계획이 없었는데 토지업자들이 설레발 치면서 정계에 뇌물을 뿌린 것이 이런 파급력을 가졌다니 (....) 뭔가 좀 개그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ㄷㄷ

    자세한 설명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본 근대사에 과문하다가 이런 재미있는 사건을 한아 더 알고 가게되었습니다! ^^
  • 에드워디안 2011/08/04 15:09 #

    유곽지 이전 문제와 관련, 토지회사들이 정당에 불법 헌금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적은 괴문서 삐라가 세간에 나돌았기 때문에, 사건의 파장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헌정회는 '이번 사건은 정부와 관계없는 의원 개개인의 사적 부정행위'라며 얼버무렸고, 야당 정우회와 정우본당은 자신들도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면서 '와카쓰키 내각의 부패'를 규탄(...)하는 적반하장식의 행태를 일삼았으니, 이러한 정계의 후안무치에 민심이 들끓었던 것도 당연하지 않나 싶습니다.
  • 위장효과 2011/08/05 13:52 # 답글

    일본 근대사, 특히 전간사 부분 보면 메이지 유신에 청일,러일전쟁에 한일합방까지 밀어붙인 그 초대 정치가들이 보인 기개나 능력들에 못 미치는 2급들이 어영부영하는 모습이 참...어느새 저렇게 열화가 됐나 싶습니다. 그나마 대체한 군인들도 안목에서는 오십보 백보...시스템의 하부를 이루는 공무원들 능력은 결코 나쁘지 않은데-특히나 특고같은 비밀경찰의 능력은- 사실 상층부에는 대원수, 힛통, 무대리급의 그런 보스는 없었고 그러면서도 전체주의체제를 유지했다는 게 또한 미스테리입니다.

    그나마 그 전간기 정치가나 전쟁겪은 전후 세대보다도 지금 정치가들은 열화가 계속 진행중이고...
  • 에드워디안 2011/08/05 14:31 #

    1. 파벌과 밀실담합, 그에 따른 '집단 결정'을 위주로 돌아가던 일본 정치의 시스템 구조를 고려해 볼 때, 유럽에서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폭군이 등장하기란 애시당초 무리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더욱이, 현인신(現人神) 천황의 주권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파시즘을 앞세운 개인독재를 용인할리가 만무했을 터...

    2. 전쟁겪은 전후 세대->전전(戰前) 세대이겠지요.^^;
  • 위장효과 2011/08/05 14:34 #

    쓰고 나서도 뭔가 문장이 껄끄럽더라니...OTL. 실수는 그냥 애교로 봐주세요^^;;;.
  • KittyHawk 2011/08/06 15:31 # 답글

    저쪽은 결국 자기들 기반을 넘어선 성공을 초반에 너무 거둔 게 이후의 오판과 폭주를 한 몫 거들었다고 봐야겠지요?
  • 에드워디안 2011/08/06 17:54 #

    그런 면도 있겠지만, 긴박한 국제정세와 일본사회 내부의 모순(만성적인 경기침체 ・식량사정 ・농촌의 궁핍 ・이민문제), 불안정한 軍 시스템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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