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의 동요 (3) 세계사




안남인의 생명은 토지(土地)다. 그러나 그 토지는 대부분 프랑스인 자본가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안남에는 '조차지(組借地)'란 것이 많다. 조차지란 관청이 빈농(貧農)들에게서 토지를 헐값에 매수하여 프랑스인에게 매각, 경영케 하는 것인데 이 조차지의 규모는 전국에 걸쳐 약 50만 헥타르에 달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하느님의 뜻으로 복음을 전파'한다는 선교사들도 거의 예외없이 조차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흉폭한 악어와 같이 안남의 비옥한 토지를 병탄하고, 안남의 빈민들이 그 목숨을 보존해가는 메마른 토지에서마저 봉건제후들보다도 백배나 가혹한 세납(稅納)을 받는다. 안남 농민들에게 부과된 세금으로 소위 역부세(役夫稅)와 인두세(人頭稅) 등이 있다. 여기서 역부세란 관청의 명령으로 프랑스인들을 위해 매년 약 2주간의 무보수 노동을 하는 것이다. 안남의 농촌은 여지없이 파멸되었다.

농촌을 떠난 빈농(貧農)들은 프랑스인의 농노(農奴)나 다름없는 상태로 전락했다. 안남의 현대판 농노는 중세시대 유럽의 농노 이상의 비참한 생활에 빠졌다. 도시 노동을 말하자면, 총독부는 프랑스의 현행 노동법을 적용치 않고 있는데, 보호조례조차 반포한 사례가 없다. 부녀(婦女)자와 12세 미만 아동들이 광산 ・직조공장에서 노동하는 것은 예사로, 노동시간은 평균 12~15시간이며 임금은 광산 노동의 경우, 매일 평균 3~5프랑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상의 착취 ・가혹한 노동은 가공할만한 인구 격감의 현상을 보이게끔 만들었다.

하이퐁에서는 1929년 2월의 인구조사 결과, 안남인의 출생자 수가 147명, 사망자 수가 204명을 기록했으며, 동년(同年) 7~9월경의 인구조사도 안남인의 사망률이 출생률을 초과한 것을 발견하였다.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착취외에 총독부에서는 안남인에 대해 학살이나 다름없는 폭력을 휘둘렀다. 1929년 5월 중순의 대홍수 당시, 하남(河南)지방의 프랑스인 거류지를 보호하기 위해 하노이 부근 홍하(紅河) 제방을 예고도 없이 파괴, 주민 1만 6천여명이 한밤 중에 수장(水葬)당하는 참극이 발생했던 것이다.

안남인의 식민통치에 대한 반항은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22년, 인도지나 총독의 피습사건이 발생했었고, 1924년엔 남정(南定)지방에서 노동자 5천여명이 폭동을 일으켰으며, 동년 9월의 농민폭동, 1925년 사이공 병공창(兵工廠)의 노동자 총파업, 그리고 최근 프랑스 본국의 조야(朝野)를 경악에 빠뜨린 안남인 군부대의 대규모 반란은 인도지나에서의 반불(反佛)감정이 얼마나 강렬한지 여실히 증명하였다.

(중략)

동경지방 서북부에서 안남인 용병(勇兵)부대의 프랑스인 사관 살해로 발발한 대폭동은 표면적으론 문화사업에 치중하던 안남국민당(安南國民黨)이 배후에서 조종한 것이며, 반란에 앞서 다수의 무기를 밀수했음이 밝혀졌다. 2월 19일엔 총독이 참석 중이던 전몰(戰沒) 장병 추도식전에서 폭탄테러가 발생, 하노이 경찰서장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병사 3명이 부상당하는 등, 극도의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1개월간 약 30명의 프랑스군이 사망, 5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으며, 안남인은 상세한 숫자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략 3~4백명이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병부대의 반란'이란 점에서 충격의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반란 진압에 나선 인도지나 총독부 경무당국은 하이퐁 ・통킹 주둔 프랑스군과 연락하여 연안(沿岸) 각 요처와 주요 도시에 비상경계령을 발동하는 한편, 본국의 증원군까지 동원되어 대대적인 소탕 ・검거작전을 전개, 체포된 주모자 13명에 대해 단두대(斷頭臺)형을 선고하였다. 파스키에 총독은 반란이 진압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며, 3월 이래 안남 현지의 정세는 지극히 안정화, 평정을 회복했다고 한다.


덧글

  • 행인1 2011/08/13 20:08 # 답글

    1. 토지 병탄이야 '근대적 소유권의 확립'이라 (실드를)쳐도 역부세를 계속 유지했다니 원....

    2. 베트남 국민당은 나중에 옌바이의 프랑스군 병영도 공격할 정도가 되지만 프랑스 식민당국의 탄압으로 기세가 대폭 꺽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어서 호치민이 등장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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