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필리핀 수교의 파장 국제, 시사


지난 7월 12일, 공산 베트남은 필리핀과의 수교(修交)에 합의함으로써,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공략의 서막을 올렸다. 반면, 소련 ・중공과의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린 아세안 국가들로서는 가장 현저한 적대세력과의 화해라는 점에서 '지역 중립화'란 아세안 구상의 실현에 한 발 다가선 셈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시기나 과정에 있어 베트남에 유리하고, 아세안에 불리한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베트남은 아직 정치적 통합이 미숙한 상태인 아세안의 상황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 판 히엔 부외상의 동남아 순방 당시, 반공(反共) 성향이 강한 인도네시아와 탈미(脫美)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미숙한 태국이 방문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아세안 국가들을 분열시켜 시간차 공략을 벌이겠다는 베트남의 의도를 보여준 것이다. 또한, 베트남-필리핀 공동성명에도 명시되었듯이 베트남은 아세안의 소위 역내(域內) 개념속에 스스로를 포함시킴으로써, 아세안의 목표와 이해에 간여할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의 전술 ・전략은 소련의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그것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소련은 인도차이나 공산화 이후 아세안의 중립화 구상을 지지했던데 반해, 베트남은 그 구상을 믿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계속 위협적인 對아세안 정책을 펼쳐왔다. 표면상 상호모순된 양국의 자세는 실제론 전자[소련]가 아세안 국가들로 하여금 중립을 안보의 한 형태로 설정토록 유도하고, 후자[베트남]는 아세안의 탈미 속도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동남아에서의 세력 부식 기반을 위한 '세밀한 조화'를 목표로 한 것이다.

최근, 베트남의 태도 변화는 그러한 소기의 목적들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는 양국간 계산이 작용된 듯하다. 따라서, 베트남은 이번 조처를 동남아 지역에 있어 자국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소련의 힘을 미국에 대치시키는데 궁극적 목표를 둘 것이다. 반대로, 아세안 국가들은 이상의 사태를 지역 중립화의 실질적 보장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베트남식의 아세안 접근에 대해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소련과 그렇지 못한 중공 사이에 지난 며칠간 그 반응에 서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이 간다.


덧글

  • net진보 2011/08/20 22:32 # 답글

    중국의 핑퐁외교이후와 더불어 베트남도 아세안과 외교협력을통해 나름 생존및 영향력확보를 하려고했었군요....
  • 에드워디안 2011/08/20 23:51 #

    다만, 라오스 ・캄보디아 점령-태국과의 충돌 등, 小제국주의 노선의 추구로 80년대 내내 고립 상황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미국의 계속되는 對베트남 제재도 무시할 수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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