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더해가는 유로존의 난국 국제, 시사




지난 2008년, 추석 연휴가 끝나가던 15일.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결정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와 경악에 빠뜨렸다.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되었던 금융위기는 리먼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대량 투매를 불러왔고, 시장은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그로부터 3년. 투자자들은 속속 돌아오는 남유럽 각국의 국채 만기 물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쏟아부었던 막대한 자금이 이제는 '재정위기'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세계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거대 단일 통화권을 자랑하며 항해하던 유로존이 출범 12년만에 최대 분열위기를 맞은 것도, 리먼쇼크가 진정되기는커녕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유럽 핵심국 사이에서는 부실국가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급기야 일부 회원국을 대상으로 '추방제'를 도입하자는 극단론까지 제시되었다. 유럽 각국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리더십의 부재마저 제기되면서 유로존은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내몰리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통화동맹 체계로는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출범 초기부터 태생적 한계를 내재하고 있던 유로존이 해체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고 입을 모은다.

유로존 붕괴 가능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독일의 '그리스 포기설'이 확산되면서부터다. 그리스가 부동산 특별세를 신설하고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의 추가 긴축방안을 내놓았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뢰슬러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이 최근 <디벨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로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질서있는 디폴트'를 언급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 역시, '그리스가 디폴트를 피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며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에 대비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 유로존 위기를 책임질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서는 독일이 유일하다. 그러나, 독일 국내에선 '왜 다른 나라의 빚을 대신 떠맡냐'는 반대 여론이 거세다. 설상가상으로 메르켈 총리는 지도력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베를린시의 지방선거 결과도 연립정권 와해 위기에 몰린 메르켈 정부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히르스 씨티그룹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해체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격렬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그 정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로존내의 막연한 '합의 사항'만으로 진정시킬 수 있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따라서, 이번 그리스 지원의 심각성은 지난해나 올 초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7월,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했던 그리스 2차 지원안은 구제금융 담보를 둘러싼 회원국내 이견으로 실행이 불투명하다. 2차 지원에 590억유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 진행도 불안하다.

이탈리아의 경우, 디폴트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지만, 투자자들이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해 국채 매입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된다면,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하락해 시가(市價)를 평가하는 유럽 은행들이 손실을 감수하게 된다. 때문에, 유럽 은행들이 달러화(貨)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유럽발 리먼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각국 정부가 건전성 위기에 몰린 자국 은행들에 자본확충 등을 위한 구제금융을 제공하면, 유로존의 채무위기를 더욱 악화된다.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최근 '각 회원국의 예산 규율을 감독하고, 공동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회원국들을 제재하는 EU 집행위원을 임명해 이런 체계를 따르지 않으려는 국가는 유로존에서 추방하자'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유로존 해체 시나리오가 확산되고 있는데, 실제 해체가 실현될 경우, 불어닥칠 정치적 ・경제적 '쓰나미'에 대해서는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스 포기설'의 진앙지인 독일에서도 유로존 해체에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유로존 해체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 때문이다.

유럽 투자은행인 UBS는 보고서에서 '유로존 해체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며, '지금의 해체 논의에서 이 비용이 과소평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는 그리스 같은 재정 취약국이 유로존을 떠나면, 해당국가는 디폴트 ・기업부도 ・은행 시스템 붕괴 ・국제교역 붕괴 등,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탈퇴 첫 해만도 해당국의 국민이 1인당 치러야 할 비용은 9500~1만 유로으로 추산, 1인당 GDP의 40~50%에 해당된다.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면, 첫 해 GDP의 25%를 독일 국민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파국이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경제적 비용 뿐만 아니라, 정치적 비용도 뒤따를 위험이 높아진다. UBS는 '국제사회에서 발휘한 유럽의 영향력은 끝장나고 말 것'이라며, '역사적 선례를 감안할 때, 유럽 내 전체주의나 군사정부 출현, 또는 내전(內戰) 발발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덧글

  • 위장효과 2011/09/14 12:12 # 답글

    "들어올땐 니 맘대로였지만 나갈땐 아니란다." 엉덩국 EU판이군요. 하긴 EU는 들어가는 것도 내맘대로는 아니었지만.
    지금와서 가르기도 그렇지만 여하간 역내의 문제아들 해결 안되면 골치꽤나 아프겠습니다.
  • 담배피는남자 2011/09/14 15:50 # 답글

    저 국가들의 공통점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는거죠.

    그렇다고해서 수출할만한 뭐가 있는것도 아니고...
  • 2011/09/14 18: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09/14 19:01 # 답글

    그리고 자국만의 통화정책도 불가능하다는 게 한몫하지요.(...) 여기서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앞으로의 유로화와 EU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을까 합니다.
  • KittyHawk 2011/09/14 20:13 # 답글

    어느 냉정한 투자가는 아예 그리스를 미련없이 파산시키는 게 위기확대를 막을 최선의 수단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어찌할 방법도 없는 마당에 억지로 붙잡고 있으니 문제가 커지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 행인1 2011/09/15 00:11 # 답글

    그리스를 디폴트에 처하게두면 유로존 공중분해도 상상만이 아닌 상황이 되고 그렇다고 구해주자니 유일한 주자인 독일이 집안싸움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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