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근육만 있고 두뇌는 없어...' 국제, 시사


"중국판 재스민 혁명 시위 움직임이 반짝했던 올해 상황은 사실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당시보다 더욱 심각하다. 중국 정부가 긴장한 것도 당연하다. 천안문 사태 때는 '민주화' 같은 이상주의적 주제로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시위를 벌였지만, 지금 시위가 일어나면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하는데 불만을 느끼는 일반 국민과 노동자들이 가담할 것이기 때문에, 폭발력이 더욱 클 것이다."

천안문 시위의 주역 왕단(王丹)이 9월 16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의 한 커피숍에서 한국 언론과는 처음으로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왕단은 천안문 사태 당시, 북경대(北京大) 역사학과 1학년이었다. 천안문 이후 22년이 흐른 현재,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만큼 발전했지만, 정치 ・사회적으론 여전히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월, 인터넷에 재스민 혁명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자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1989년에는 동구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는데, 올해에는 중동이 시위의 근원지가 되었다. 중국에선 22년전이나 지금이나 물가 ・실업률 상승, 공무원 부패가 여전하다. 중국의 사회적 불공평과 빈부격차는 더욱 극심해졌다. 현재, 중국인들이 품고 있는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불만이 더 큰 폭발력을 가질 것이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는데, 중국인으로서 자부심이 없나?

"지금의 중국은 근육만 있고, 두뇌는 없는 인간과 같다. 경제만 성장하지, 정치 ・환경 등 나머지 분야는 퇴보하고 있다. 인권을 희생하고 사회적 불공평을 대가로 치뤘기 때문이다. 이런식의 성장이 얼마나 지속되겠는가. '성장의 질'도 따져봐야 한다.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내수도 정부가 바라는 대로 빨리 성장하지 않는다. 은행 부실 문제도 심각하다. 견제나 감시가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세계 경제의 의존도가 높은데.

"단기적으로는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화 없는 경제성장은 결국 사회 모순과 불안을 낳고, 이는 세계경제에도 화근이 될 것이다. 속도만을 강조하는 중국의 미래는 온주(溫州) 고속철 사고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고가 나기 이전까지 승객(국민)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른다."


-시위 주동자로서, 역사학자로서 천안문 시위가 갖는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람들이 죽었고, 민주화도 이룩하지 못했으니, 실패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천안문 시위는 중국 시민사회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천안문 이후 국민들에게 총을 쏘는 정부와 국민들 간에 틈이 벌어졌으며, 시민사회가 들어설 수 있는 자리가 생겨났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뭉쳐 시민사회가 형성되면 민주화의 길도 열리는 것이다."


-일각에선 천안문 시위로 인한 혼란을 빨리 수습하지 않았다면, 중국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도 한다.

"1980년대초, 중국은 정부의 강경 진압 없이도 빨리 성장했다. 시위 참가 학생들의 주장은 급진적이지 않았다. 정부와 대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무력진압이 없었더라면, 사회 불공평 문제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고,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했을 수 있다.

당시, 정부는 건국(建國, 1949년) 이후 최초로 국민들의 자발적 시위에 직면해 위기감을 느꼈다. 천안문 광장에서 대량학살이 벌어진 것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학생들이 주로 죽은 장소는 장안가(長安街, 천안문 앞 대로)에서였다. 6월 4일 새벽, 학생들 대부분이 광장을 빠져나온 상황이어서 굳이 발포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계엄군은 총을 쐈다."


-천안문 사태는 당신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나?

"내 인생은 천안문 시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천안문 시위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대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인터뷰를 포함해 지금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천안문 사태와 관련된 것이다. 그 날 이후, 내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 중국의 젊은이들은 천안문 시위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던데...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고 있으니, 20대 이하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민주화 열망은 천안문 시절 학생들의 마음에서 지금의 젊은층으로 흐르고 있다. 꼭, 천안문 시위를 알아야만 민주화가 달성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세대가 똑같은 방식으로 민주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현(現) 중국 지도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역대 지도부 가운데서도 가장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해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그저 실수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차세대 지도부는 지금보다는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방향일지는 종잡을 수 없다."


-지금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귀국해서 부모님께 자식 노릇을 하고 싶다. 중국 정부가 입국을 허락치 않아 13년 동안 고향에 못 갔다. 여권이 2003년에 만료되었는데, 정부가 갱신해주지 않아 미국 정부가 발급한 난민증을 갖고 해외를 다닌다. 돌아간다면, 북경대 총장이 되는 것이 꿈이다."


-시위를 주도한 아들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하지는 않았나?

"내 뜻을 이해해주셨다. 1990년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면회를 오신 어머니가 '拘利國家生死以, 豈因禍福避趨之(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 것이요, 어찌 개인의 화복을 따져 그 길을 피할 수 있겠는가)'라는 청대(淸代) 정치가 임칙서(林則徐)의 시구(詩句)를 말씀하셨다."


-청춘을 감옥과 해외에서 보냈는데.

"스무살 때엔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눈 앞에서 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하지만, 젊은 혈기만으로 모든 일이 다 되는 것은 아니더라. 후회는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감옥에서 책을 1천권 넘게 읽었다.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덧글

  • 위장효과 2011/10/05 18:22 # 답글

    일단 중국 민주화의 아버지 웨이징성도 그렇고 작년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교수-ㅂ ㅅ 같은 중국 정부는 노르웨이 정부에 쓸데없는 항의나 하고...사실 자국 반체제 인사가 노벨 평화상 수상했다고 노르웨이 한림원에 항의한 정부치고 끝이 좋았던 곳이 없더라는^^-도 그렇고 인용하신 왕단도 그렇고 다 죽의 장막 뒤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모두 생존한뒤 아직도 민주화운동하는 거 보면 아직 중국에 희망은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만...

    문젠 10억 대다수의 사고방식이나 도덕관념등이 완전 바닥이라...
  • KittyHawk 2011/10/05 18:34 #

    조지 프리드먼의 관련 지적이 결코 헛 것은 아닌 듯 합니다.
  • 에드워디안 2011/10/05 21:16 #

    3반5반-대약진-문혁으로 이어진 집단 광기와 대중 동원이 중국인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지요...
  • 파파라치 2011/10/06 13:13 # 답글

    왕단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중국의 현재는 암울하지만 미래는 희망이 있다고 할텐데요.
  • tex2100 2011/10/06 16:42 # 답글

    지금 중국인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정부가 따르는대로 하면 된다던가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중국 당국에 의해 불이익을 당해도 그저 가만히 있을 것입니다. 누구든지 중국 당국에 항의하지 않고 끙끙 앓다가 죽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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