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파괴적 복병 국제, 시사




인도차이나 공산화 이후, 아시아는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가는 과정에 있는데, 베트남의 통일과 아세안독트린의 제의는 이 과정을 가장 특징적으로 설명해주는 사태들이다. 구(舊)질서가 와해되고, 신(新)질서가 아직 확립되지 못한 과도기에 두 가지 사태의 발전은 비단 동남아 뿐만 아니라, 전체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확립에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 신질서 확립의 두 가지 흐름을 엮어본다.

남북(南北) 베트남의 통일국가인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출현은 동남아에서 가장 전투적인 공산세력의 확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베트남의 소위 '인민해방전쟁'을 통한 공산통일과 그에 따른 국제관계의 변경은 향후, 제3세계에서의 반(反)정부 투쟁 양상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겠다.

남베트남 적화(赤化)로부터 이번 통일 베트남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1년 2개월간 북부의 노동당과 남부의 임시혁명정부는 그동안 각각 발전해 온 상이한 사회체제를 조화시키는데 힘을 기울였다. 츄옹 친 월맹(越盟) 국회상임위의장은 75년 11월, 구 월남의 수도인 사이공에서 개최된 남북대표자회의에서 남북문제에 대해, 북부는 사회주의 건설, 남부는 인민민족민주혁명 달성이란 '단계적 차이'를 인정했었다.

따라서, 사회주의 공화국의 선포는 남북의 사회체제가 1년여의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나마 공통분모를 갖추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구 월남의 기득권층을 처리했거나 재교육의 성과를 통해, 최소한의 정치적 안정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통일 방식을 보면, (당연하겠지만) 북부의 남부에 대한 일방적 흡수통합으로 나타난다. 이 점은 통일국가가 여전히 월맹 노동당의 일당지배하에 있고, 이번 '통일의회'도 전(前) 월맹 국민의회의 법통을 그대로 인수받은데서 상징적으로 잘 나타난다.

통일 베트남의 대외(對外)정책을 보면, 강대국의 이해영역이 도식화된 국제관계를 정규전과 게릴라전을 병행, 파괴함으로써 희귀한 선례를 남긴 수뇌부가 특히 제3세계를 상대로 '인민해방전쟁'의 성과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또한, 인접 아세안 제국(諸國)을 미국이 사주한 적대적 포위망으로 간주, 전투적 자세를 견지하는 만큼, 아세안 제국의 평화공세에도 불구하고, 동남아는 점차 블록화의 양상을 띠고 있다.

베트남은 이러한 정책을 통해, 현재까지 주로 중공이 맡아 오던 동남아 공산게릴라 활동의 지도적 위치를 대리(代理)하게 될 공산히 크며, 아시아 공산주의의 강경파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목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구 4800만에 전시(戰時)에 노획한 미국제 무기로 무장한 공산세계 3위의 군사대국 베트남은 아시아의 파괴적 복병으로 주의가 환기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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