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베트남 신문기자 1백여명이 '악법(惡法)인 신문법(대통령 포고 제7호, 일명 007법)으로 인해, 모두 거지가 되버렸다'고 적힌 플랫카드를 들고 가두 데모에 나섰다. 검열 ・압수 조치와 보증금제 ・벌금 등을 통한 재정적 압력이 기자들로 하여금, 보도가 아닌 데모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장기간의 전쟁과 파탄일로의 국민경제 재건에 허덕여 온 남베트남 언론은 평화 ・안정을 바라는 여론을 반영하는 한편, 비판을 싫어하는 티우 정권간의 갈등에 휘말려 시련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베트남 신문들은 매일매일의 사전 검열, 압수와 정간(停刊), 신문사의 자진 휴간사태에다 권력층으로부터의 언론인 매수 ・협박 등으로 거의 하루도 정상적인 신문 제작에 집중하기란 불가능했었다.
휴전협정 이후로도 끊임없이 계속된 공산측과의 전투로 군비는 감소되지 않았고, 전재민(戰災民) ・실업자의 대량 속출로 사회 불안은 더해갔다. 여기에 집권층 내부 ・군(軍) 간부들의 만성적인 부정부패는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을 감수하는 국민들의 불만을 폭발 상태로까지 몰아갔다. 적은 규모의 원조와 차관이나마 그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은 채, 집권층이 탕진하는 것에 대한 항의가 잇따랐다.
지난 9월, 가톨릭 신부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반(反)부패 구국 ・평화 국민전선'은 모든 부패의 근원(根原)이 티우 대통령 본인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강조, 티우의 죄상을 폭로한 '고발 제1호'를 발표했는데, 야당은 물론, 불교계 ・노동계 등, 소위 제3세력이 대거 참여, 급기야 반정부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親)여당계 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이 정부 비판 기사를 싣는 것은 당연했다.
언론의 반항에 가만히 손놓고 있을 정부가 아니었다. 질서 파괴와 국가원수 모독이란 명분하에 압수령이 떨어졌으며, 이에 맞서 10여개 언론사가 자진 휴간 ・소각 행위로 대응했다. '신문 출판의 자유 수호 투쟁위원회'는 재야세력 ・종교단체와 호응, 파리 휴전협정문 제11조(條)에 규정된 '민족 화해 일치'의 달성과 '언론 출판의 자유 보장'을 주장하며, 72년에 제정된 신문법을 즉각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티우 비판기사로 정간당해 재판에 회부된 3대(大) 야당지 <다이단특> ・<디엔 틴> ・<송탄>지(紙)의 변호를 위해 무려 205명의 변호사가 변론을 신청했었는데, 신변에 불안을 느낀 일부 변호인들은 정당한 변론권과 증인들의 안전보장까지 요구할 정도였다. '언론투위(鬪委)'를 중심으로 사이공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 데모가 벌어진 가운데, 결국 공판은 두 차례나 연기되어 아직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남베트남 언론의 목을 조르고 있는 72년도 신문법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1. 신문법 위반에 대한 보증금으로 2천만 피아스타를 국고(國庫)에 납입시킨다.
2. 편집 간부를 비롯한 기자 등, 종업원 전원의 신원 관계 서류를 공보성에 제출한다.
3. 정부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신문 발행을 일시 정간시킬 권리를 가진다.
4. 범죄를 교사하거나, 군(軍) 사기를 저하시키는 기사를 실을 경우, 군사법정의 재판을 받는다.
이상의 행위들을 감시하기 위해, 공보성은 모든 인쇄물의 사전 검열을 행하도록 되어있다.
자본금이 겨우 4~5백만 피아스타에 불과한 영세한 신문사들이 2천만 피아스타의 보증금을 지불하자, 반정부계 이외의 중립계 잡지들도 상당수가 자진 정간의 고배를 마시고 사라져갔다. 재정난으로 13개 신문이 자취를 감추었고, 미국 국방성의 자료를 이용하여 미군(美軍)의 폭탄 투하량을 보도했던 <디엔 틴>은 제1호로 압수 처분을 받았는가 하면, 경영자는 군사법정에 소환되어 금고 1년형을 선고받았다.
맹목적인 외자 도입과 집권층의 부패, 특히 경제적 침투를 가속화시킨 일본에 대한 반감이 맞물려 다나카(田中) 일본 총리의 방문시, 대규모 반일(反日) ・반정부 폭동이 발생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하르토 정권은 폭동을 상세히 보도한 신문들을 '선동죄'로 몰아 폐간시켰다. 그 결과, 7백여명 이상이 체포 ・구속당했고, 2개의 방송국이 폐쇄되었으며, 5개 일간지와 3개 주간지가 폐간당하기에 이르렀다.
언론 탄압은 동남아 어디에서나 수시로 볼 수 있다. 수도가 공산 크메르군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캄보디아와 계엄 3년째로 접어든 필리핀의 모든 신문 ・방송은 군부의 통제하에서 사실상 정부기관지 노릇을 하고 있으며, 반정부 비판이란 고작 지하단체들의 팸플릿을 통해서만 가능한 처지다.
정간을 맞은 베트남의 <다이단특>지 편집국장 보통트리우氏는 '국민들은 세대를 바꿔가며 계속되는 전쟁을 몹시 싫어하며, 기약없는 경제부흥 구호에 염증이 났다. 반정부 운동은 지극히 당연하고, 언론도 정직하게 이 사실을 보도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라면서,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이것은 바로 탄압에 대항하는 남베트남 언론, 더 나아가 동남아 언론계 전체의 상황이자 자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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