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상길을 치닫던 철마는 북녘땅을 눈앞에 두고 멈춰섰다. 경원선 철도중단점인 신탄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입간판이 통일의 염원을 안고 선 역 구내는 분단의 비극과 긴장이 함께 서렸다. 성북역을 출발한 열차가 1시간 40분이면 닿는 거리에 20평 남짓한 역사(驛舍)는 한을 품은 듯 자리를 잡았다.
'여기가 휴전선 이남의 마지막 역입니다. 가고 싶어도 더 이상 갈 수 없어요.' 이종근(李鐘根) 역장은 말끝을 흐린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2리. 여기서 산모퉁이 하나를 더 돌아 9.5km 북쪽이 남방한계선인데, 경의선 철도중단점인 문산역보다 위도상으로 40여km나 더 북쪽이다. 인근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군부대의 초병, 포신을 북쪽으로 향한 채 위장된 탱크의 모습이 긴장을 더해준다.
신탄리역은 남한의 최북단역이자, 민간인이 자유스럽게 탑승하고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역이기도 하다. '건너편 산에만 올라도, 북쪽의 대남(對南) 확성기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기분 나쁠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선전 자체가 터무니없는 것이라, 역겨워요.' 역장의 말이다. 이렇듯 최전방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열차의 운행은 다른 시골 간이역들에 비해 잦은 편이다. 하루 승객은 평균 5백여명을 기록한다.
용산과 성북에서 출발하는 비둘기호 열차가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1시간 꼴로 오간다. 총 16회 왕복열차를 5백여명이 탑승하지만, 매표액은 9만여원 정도에 불과하다. 승객은 현지 주민과 면회를 오는 군인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운행 횟수가 잦은 것은 주민들이 연천까지 버스보단 열차를 많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봄 ・가을엔 대도시의 어느 역보다 더 많은 승객이 몰려 붐비기도 한다.
함경도 도민회가 대마리 철책선 부근에 건립한 통일탑에서 북녘에 두고 온 부모 ・형제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오기 때문에 붐빈다는 것이다. '열차마다 보통 70~80명씩 타고 옵니다. 전세버스편으로도 몰려와요.' 재향군인회 신탄리사업소의 이상순씨는 그때마다 쓰라림이 사무친다고 말한다. 분단의 상징으로 남은 신탄리역. 6.25 이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전쟁 전엔 철원까지 가서 금화를 거쳐 내금강으로 들어가는 전동차도 탔었죠...' 얼마 남지 않은 동네 토박이 이순경씨는 '전쟁 와중에 주민들의 생활은 뿌리째 뽑혔다'며 회고했다. 당시 38선 이북이었던 이곳 주민들은 동란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졌다. 숯을 굽고, 임산물을 채취하였던 것을 군(軍)이 작전상 산림을 베어버려 민통선 북방 수복지구의 평야를 일구는 일로 생업을 바꿔야 했다.
주민들은 대개 아침 일찍 경운기를 이용해 수복지구로 들어가 논밭을 일구고, 오후 5시경에야 돌아온다. 한 사람당 평균 5~6천평의 농사를 짓고 있으나, 실제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10여명 안팎. '소출이 좋은데다, 방위태세가 미더워 생활은 후방 못지않게 편합니다. 그래도 마음이 어딘지 비어있다는 느낌을 버릴수가 없네요. 남북회담이 열릴 때마다, 고향땅을 밟아보리란 기대로 가슴이 부풉니다.'
북쪽의 역명(驛名)이 빈 칸으로 남아있는 흰색 역명판, 그리고 플랫폼 400m 북쪽에 시야를 가로막은 철도중단점 표지판. 이순경씨는 '죽기전에 막힌 저길이나마 넘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덧글
그러고보니 작년에 6.25 전쟁 당시 장단역에 증기기관차를 운전하던 한준기 철도기관사 분이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그분 묘소에 가 보지 못했네요.(...)
2. 네에... 한국철도사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증인이셨는데 말입니다.
인프라도 인프라지만, 아예 전체 산업시설을 완전히 뜯어고쳐야하는 실정인 만큼, 난감할 수밖에요. 더군다나, 지난 수십년간 축적되어온 외채마저 그것 나름대로 폭탄이고... 이래저래 골칫덩어리들입니다.;;
오히려 북한 인프라가 어느 정도 기능을 했다면 괜히 '멀쩡한 거 폐기처분해도 되느냐' 는 항의에 시달리다가 막대한 유지비용을 날리고 새로 짓는데 비용 추가로 더 쓰고 이중으로 돈을 썼을 텐데 북한이 관리를 개판으로 해준 덕택에 그냥 싹 밀어버리고 남한식으로 가면 되는 관계로 통일 이후 이중으로 돈쓸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남북한 통합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 뜯어고칠 정도의 돈은 쌓아놓을 필요가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