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호(殷浩)의 불운


중군(中軍)장군 겸 양주(楊州)자사 은호(殷浩)가 계속하여 북벌을 시도했으나, 군사가 여러 번 패배하여 양식과 무기가 다 소진되었는데, 정서(征西)장군 환온(桓溫)이 조야(朝野)의 원성 때문에 상소문을 올려서 은호의 죄를 헤아려가면서 그를 쫓아내라고 청하였다. 조정에서는 부득이 은호를 면직시켜서 서인(庶人)으로 강등하고, 동양(東陽)의 신안(新安, 절강성 구현)으로 귀양을 보냈다.

이로부터 안팎의 대권(大權)은 모두 환온에게 돌아왔다. 은호는 젊어서부터 환온과 명성이 같았었는데, 마음속으론 경쟁하며 밑에 들어가길 꺼렸지만, 환온이 항상 그를 가볍게 생각했다. 폐출(廢出)되고 나자 은호는 비록 근심과 원망하는 기색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항상 허공에다가 '돌돌괴사(咄咄怪事,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괴이한 일이라는 뜻)'라는 글자를 손가락으로 휘갈겨댔다.

한참이 지난 뒤에 환온이 연리(掾吏) 치초(郗超)에게 말하였다.

"은호는 덕을 쌓기도 하고, 말도 잘하여 과거에 영(令)이라던지 복야로 삼았더라면 충분히 백관(百官)의 모범이 되었을 것인데, 조정에서 재주를 어겨 임용한 것이 탈이었지."

장차 은호를 상서령(尙書令)으로 삼고자 편지로 알렸다. 은호가 기뻐하며 응답하려고 했는데, 혹여 잘못된 내용이 있을까 염려하며 편지를 열었다 닫았다 하기를 수십차례 번복하다가 끝내는 빈 봉투를 보냈으니, 환온이 크게 화가나서 이로 말미암아 관계가 끊어졌고, 결국 귀양지에서 죽었다.




덧글

  • jaggernaut 2012/06/01 10:56 # 답글

    어지간하면 전하는 사람이 봉투를 만져보고 아무것도 안들었다고 말해줄만도 한데 말입니다.
  • 에드워디안 2012/06/01 13:54 #

    진실은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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