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의 죽음, 그리고... 국제, 시사




모로 전(前) 이탈리아 수상의 피살은 전세계적  공분을 샀다며  떠들석하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극좌 테러분자들을 제외하곤 적어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을 것만은 틀림없다. 가장 분노한 이들은 물론 유가족으로 우선 테러분자에게 분노하고, 그 다음으로 이상스러우리만치 늦장 대응을 부리다 화를 키워버린 기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항의 차원에서 모로씨의 유가족은 국장(國葬)이니 훈장추서니 하는 일체의 공식적인 영예를 마다한 채, 친지들만 모여 가족장례를 치렀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정부는 별도의 국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수도 한복판에서 정상급 인사가 납치되어 살해당한 것도 전례없는 사태려니와, 장례를 두 차례로  나누어 치른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사태다. 가히, '이탈리아식 정치'다운 혼선이랄 수밖에 없겠다.

'한 사람의 인명(人命)은 우주보다도 무겁다'던지, 혹은 '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밑에 사람없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두 가지 모두가 서양에서 건너온 소위 '인권존중의 복음'임은 말할 나위도 없고, 모로의 죽음이 세계적 분노의 물결을 일으킨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대해 시비할 생각은 없으나, 분노의 물결이란 것도 사망자의 '신분'에 따라 엇갈리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인도지나 반도가  공산화된 지도 벌써 3년. 캄보디아에서만 대략 50만이 학살당했다고도 하고, 1백만이란 주장도 나왔다. 숫자야 어찌되었든 간에 대량학살이 자행된 것만은 틀림없는 듯 한데, 전세계적 여론은 고사하며, 어느 일국(一國)에서라도 유감성명을 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공산치하의 베트남을 탈출한 피난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동남아 연안에서 온갖 수모와 학대를 받는 실정이다.

황인종 1백만을 묶어도, 일개 백인인 알도 모로의 무게를 감당치 못하는 것일까?



덧글

  • 위장효과 2012/06/05 12:43 # 답글

    좀 딴 소리지만...유럽에서 제복이 가장 화려한데 제일 무능한 건 이탈리아 경찰...
    그래도 마피아하고 그렇게 싸워대는 거 보면 아주 무능하지는 않은데.

    캄보디아야 뭐...폴 포트및 그 부하들이란 미치광이들이 역사상 가장 역겨운 살육전을 펼쳤죠. 워낙 폐쇄된 곳이라서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 파파라치 2012/06/05 12:56 # 답글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수백만의 죽음은 통계의 문제라는 강철의 대원수의 명언이 있잖습니까;;
  • 에드워디안 2012/06/06 12:57 #

    허허......;;
  • 엽기당주 2012/06/05 12:59 # 답글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보통 선이다..그런데 동양인은..음...사람이던가?

    라는 농담이 있죠.

    요새도 코카시언들은 저러는 인간들 많습니다.
  • jaggernaut 2012/06/05 14:35 # 답글

    이탈리아에 잘보이면 떡이 나오지만 캄보디아 난민에게 잘보이면 난민처리나 떠맡으니까요. 전국 사공자 중에서 맹상군이던가요? 실각해서 식객이 다 떠났다가 자신이 다시 제나라에서 진나라를 두려워하여 더 중히 모셔오자 돌아오는 식객들에게 꼴도 보기 싫다고 했더니 식객 중 한사람이 인사가 그런 것을 너무 탓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 그들을 빋아주었다는.

    우리도 저렇게 멸시당하다가 이제 겨우 무시는 안당하는데 왜 그렇게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 에드워디안 2012/06/06 12:57 #

    맹상군과 풍환의 '富貴多士 貧賤寡友' 고사로군요. 2300년전이나 지금이나 참...;;
  • KittyHawk 2012/06/05 15:14 # 답글

    대량 살육에 관해선 각 나라 지도자들이 은연 중에 자국민들에게 크게 얘기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기억이 납니다...
  • 카방클 2012/06/06 00:06 # 삭제 답글

    캄보디아까지 갈 것도 없이 최근 일어난 시리아 사태만봐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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