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싱키 안보정상회의를 전후해 폴란드와 루마니아, 유고 등 동유럽 3개국 순방길에 나선 포드 대통령은 동서간의 화해무드를 국가별로 시험해보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 대통령으론 두번째로 동유럽을 노크한 포드는 미국이 헬싱키 회의에서 비록 동구권의 현상유지를 원칙적으로 인정했다지만, 동유럽을 소련의 독무대로만 남겨놓진 않겠다는 그 나름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순방이 동유럽에 대한 모스크바의 우월권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뜻을 과시한다는 것은 아니다. 전후(戰後) 한 세대를 마무리지은 헬싱키 회의를 도약대로 이들 동유럽 3개국과 미국간의 관계를 실질적 차원에서 확대해 나가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나아가, 미국내에서 제기된 '동유럽을 팔아버렸다'는 비난에 쐐기를 박고, 내년도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입장을 견지하려는 복안도 구상했다.
헬싱키 정상회의에 앞서 미국내 여론은 35개국 수뇌들이 서명했던 '유럽안보협력 선언' 자체가 동유럽에 대한 소련의 지배를 국제적으로 인정한 꼴이며, 그 대가로 얻어냈다는 인권 및 동서교류 증진이란 것도 알맹이 없는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비난여론으로 동유럽계 미국시민들이 자극되어 대선을 앞둔 포드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포드는 순방을 통해 동유럽 국가와의 관계개선은 물론, 비난여론을 희석시키려는 2중의 포석을 노린 셈이다. 방문국 중에서도 역점을 둔 루마니아와는 최혜국 대우를 골자로 한 양국간의 무역협정을 체결하여 코메콘을 실질적으로 보이콧한 루마니아의 경제적 후원역을 자처했다. 또한, 크렘린의 의도에 반해 대중(對中)관계를 유지한 독자 외교노선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바르샤바 방문시 포드는 현재 폴란드의 무역량 중 5%에 불과한 대미(對美) 교역량을 늘리고, 2백여만에 달하는 폴란드계 미국인의 모국 방문을 비롯한 '선물'을 당사국으로부터 확약받았다. 마지막으로 티토의 사후(死後)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소련의 간섭을 좌시하진 않을 것이란 뜻을 시사했다. 한마디로, 다목적 동구순방엔 포드 개인은 물론, 미국의 세계전략에 일종의 플러스 작용이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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