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통령 지명을 바라보며... 국제, 시사




포드, 록펠러란 단어는 외국인에게 미국재벌의 양대산맥을 연상케한다. 금세기초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대중화로 인류문명과 생활에 일대전환을 가져왔다. 그보다 앞서 존 D. 록펠러는 스탠더드 오일사(社)를 창설해 독점기업으로 성장시켜 오늘날에도 세계유수의 콘체른인 엑손, 체이스맨해튼 은행을 가능케  한 장본인이다. 경제사상  자주 거론되는 '셔먼법'의 최대 표적도 바로 록펠러였다.

자동차왕과는 전혀 연관없는 대통령 포드가  석유왕의 손자를 부통령으로 지명했다. 중서부 시골출신의 포드로선 동부엘리트 출신  넬슨 록펠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이 워싱턴 정가의 불문율이라 볼 수 있으며, '공화당=닉슨' 이미지를 곧 불식시키는 데에도 도움되리라 기대한 면이 없지않다. '인간사문제엔 진보적이고, 경제문제엔 보수적'이라 자처하는 록펠러에게 대권의 꿈이 제공된 것이다.

록펠러의 부통령 지명을 보도한 외신의 가십은 사상 최초로 선거없이 맞은 대통령으로 모자라, 최초의 무(無)선거 부통령이라며 떠들썩하고, 재벌이 대권을 노린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G. 워싱턴을 필두로 루스벨트 ・JFK처럼 갑부가 백악관에 입성한 사례야 많다. 다만, '일반적인 개념'으로  정의하자면 이들은 갑부이긴 했으나, 휘하에 거대기업마저 거느린 재벌은 아니었다.

재벌이면서도 공화당내 온건진보파로 대학시절 경제학을 전공, 건축과 보석디자인을 취미로 지닌데다, 공인(公人)으로선 중남미 문제에 정통하며, 뉴욕주(州)지사 15년의 경력을 보냈던 록펠러가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지명받는 모습. 워터게이트 악몽에서 헤쳐나온 미국민들의 양식(良識)을 짐작케 한다. 변화와 긴장을 인내와 조화로 극복해가는 그들의 낙천성과  태도가 새삼 부럽기조차 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행정평의회를 창설하도록 극비명령까지 기초되어 있다는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일화는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한 기분이다. 돌발사태가 발생한다면 아무리 극비명령이라도 '명령'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국민의 식견과 총화로 믿음직하면서 실질적인 제2인자가 존재, 육성해가는 것이 극비명령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덧글

  • 시울음 2012/08/26 00:43 # 답글

    잘 읽고 갑니다.
  • 에드워디안 2012/08/26 01:09 #

    감사합니다. 시울음님의 포스팅도 매번 재미있게 감상하고 있어요.^^
  • 위장효과 2012/08/27 08:59 # 답글

    마르코스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한다면 마지막 문단은 예언과도 같은 힘을 가지네요. 정적 베니그노 아키노를 귀국하는 공항에서 사살한다는 초강경수까지 뒀지만 결국 그 미망인을 구심점으로 모인 사람들에 의해 쫓겨났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거기에는 자신의 수족들까지 참여했으니 원...

    그렇지만 록펠러는 다음 대선에서 패배한 후 얼마 안되어 사망했죠.
  • 에드워디안 2012/08/27 14:59 #

    마르코스야 사실 권력기반의 핵심축인 군부로부터 통수를 맞은것이 치명적이었으니깐요. 해결조차 난망한 게릴라 토벌전과 족벌정치의 강화,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도 염증이려니와, 특히 최측근으로서 체제의 충실한 지지자였던 로물로 장군이 혁명 직전에 사망, 군의 지지를 상실했음은 마르코스에겐 커다란 타격이었죠.

    넬슨 록펠러는... 다들 쉬쉬해서 그렇지, 연하의 정부와 '작업' 도중에 그만...;; (이하 생략)
  • 위장효과 2012/08/27 15:14 #

    그러고나서 측근이라고 남은게 참모총장 베르(이름도 가물가물)정도 아니었나요. 호세 엔릴레 국방장관이나 라모스 장군등도 등을 제대로 돌렸고.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사망했는데 한때 아키노에게 축출된 엔릴레 장관은 현재 국회의장이고 라모스 전 대통령도 아직 정정하고...


    ㅋㅋㅋㅋㅋ 그 건이야 뭐...(자체 검열!)
  • 셔먼 2012/08/27 21:32 # 답글

    읽다가 셔먼법 부분이 궁금해졌네요.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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