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네가 타국민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식의 우월감은 질의 문제가 아닌 종류의 차이다. 그 바닥에 깔린 의식은 물론 인종주의다. 마치, 자신들이야말로 다른 종자에 속했다는 사고다. 1세기전의 상황도 이러한 사고를 수용하기 쉬운 것으로 만들었다. 극소수의 외국인과 북해도의 '아이누'를 제외한다면, 이 고립된 극동의 섬나라에서 일본인 이외의 타민족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일본이 백인과 접촉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부터지만, 당시 일본인에게 백인은 '구토증'을 머금게 하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시간이 흘러감과 더불어 백인 혐오증은 경감되었음에도, 인종간의 차이를 의식하는 농도는 강렬하다. 미(美) 점령군이 오기 이전, 전전(戰前)의 일본은 흑인과의 접촉이 전무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흑인종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는 경이심과 반발감이 뒤섞인 것이다.
10년전, 미국에서 인종소동이 한창일 무렵 일본인들은 미국의 흑인문제에 경악했다. 좌익청년층 중에선 흑인 폭도들을 동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만, 일본여론의 기본적 자세란 백인들에 대한 '공감'이었으니, 백인과 자신들을 동일시하는 편이 용이했기 때문이리라. 미국사회내(內) 흑인이 처한 현실보단, 오히려 백인 지배층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었던 것이다.
인종감정은 차치하고, 상하관계에 중점을 두는 일본인은 타국과 대면할 때조차 '상하우열의 차원'에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어느나라 국민이건 그러한 식의 경향을 지니기 마련이지만, 일본인의 경우 그 빈도나 의식따위가 높다. GNP 세계 3위, 평균수명은 스웨덴과 1위를 나눈데다, 조선(造船) 총톤수 1위, 1인당 국민소득 15위 등등. 자국의 국제위상과 관련해선 모르는 것이 없는 듯하다.
전세계 각국을 기호에 따라 순위매기는 것은 일본인들의 특기인데, 한마디로 '일본식 실내경기'이지만, 여론조사에선 언제나 면모를 드러낸다. 호감도가 높은 대상은 주로 구미(歐美) 각국인 반면, 인근 아시아 각국은 마이너스 취급을 받기 일쑤다. 상위권이란 미국과 프랑스, 서독 등이고, 하위권은 북조선과 한국, 소련이다. 중공은 상위권에도, 하위권에도 동시에 속한다는 편이 특징이다.
지리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과거사로나... 일본에 가장 가까운 나라는 한국이다. 그러나, 일본인과 한국인간엔 놀라울 정도로 민간교류가 적으며, 친근감도 없다. 한국인의 입장에선 식민지배의 기억으로 대일(對日)감정이 악화, 교육을 통하여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진다. 일본은 일본인대로, 한국을 경멸해 자신들이 지배한 개도국에 불과하고, 재일(在日)한인은 귀찮은 소수파로 간주된다.
한국은 일본에겐 이래저래 까다로운 존재다. 최근들어 심화된 정정(政情) 불안정, 안보 긴장은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요소의 불씨를 지녔으며, 일본 국내적으론 반항구적인 귀찮은 존재로 취급되는 소수민족집단의 공급원이다. 한편, 대(對)중국관은 강렬하면서도 복잡하다. 경의와 친근감이란 대단한 것으로 오랫동안 중국을 모범으로 삼아왔던 역사적 사정의 투영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일본에 위협으로 다가오질 않았고, 현대 일본인들도 중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중국무역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최대의 이웃나라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절대불가결이란 것이 공통된 견해다. 중국은 일본의 그리스이자, 로마이다. 전전에 중일관계를 표현하는데 '동문동종(同文同種)'이란 말도 있지 않았던가.
일본인에게 대중감정은 대부분 과거추억의 반영인데, 오늘의 중공도 어떤 '매력적인 존재'로 비쳐지기 때문에 이점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동일하다. 외교면에서 중국은 당당히 자주노선으로 일관했다던지, 일본은 아시아적 특성을 망친 반면, 중국은 그것을 고수해왔다는 식이다. 후자는 기묘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간 중국공산당은 전통적인 가치를 완전히 부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일 양국간에도 과거사로부터 비화된 감정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더군다나 근세 이후로 양국은 문화적으로 상당히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따라서, 현대 중국과의 '문화적 친근성'이란 일본인의 생각은 그다지 근거가 없는 듯하며, 중공과 동일 조건하에 생활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실제로 장기간 중공 체류를 경험해 본 일본인이라면 '견딜 수 없다'는 한마디로 그쳐버린다고 한다.
대중무역도 중공이 자급자족체제를 고수하는 한, 비약적인 확장은 기대 금물이다. 차라리, 대만이야말로 일본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유지, 대만 토착민의 옛 종주국에 대한 감정은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지극히 우호적이며, 일본도 같은 감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하튼, 일각에서 '예상'했었던 만큼이나 중일관계가 우호적이건, 적대적이건 당분간 일본의 국가진로에 중대사안이 될 가능성은 적다.
소련은 일본이 전통적으로 적의를 품어 온 거의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그것은 에도막부(江戶幕府)시대, 북방영토를 둘러싼 제정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4개 섬을 둘러싼 대립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실정이다. 영토분쟁이 초래한 적대감정은 일로(日露)전쟁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2차대전 종전 직전에 일본의 화평중재 의뢰를 만주 침공으로 응답했던 사실에 의해서 더욱 높아졌다.
전후(戰後), 시베리아 수용소로 끌려간 자국 포로들을 학대했다는 일본측의 인식, 점령종식 직후의 UN 가입 방해처럼 전통적인 감정은 둘째치더라도, 최근의 어업협정을 둘러싼 대립도 양국관계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그렇지만, 소련의 '힘'을 충분히 인식해 시베리아의 천연자원 개발에도 다대한 흥미를 보이는 등 대중관계와의 균형에 유의하며 조절한다는 것이 그들의 결의이다.
많은 외국인의 시각에서 일본은 냉전질서에 묵묵히 편승할 뿐, 군사력을 회피하는 형태로 '소극적'으로 나서기만 하는 존재이다. 고도성장과 비밀주의적인 의견, 타국민에 대한 무감각까지 더해져 국제질서나 세계무역을 파멸로 이끌 가능성은 있을 망정, 결코 국제사회를 지체없이 움직이도록 하는 데 공헌하는 존재로 간주되진 않다. 일본측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이미지임은 당연하다.
형식적 국제주의가 아닌 진정한 상호신뢰와 협력정신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타국민과의 동포주의를 기대하기란 무리지만, 커다란 잠재 능력을 가진 일본인 만큼,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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