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회담 불과 20시간을 앞두고, 모처럼의 우호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어 먹구름을 몰아온 소노다(園田) 일본 외상의 망언은 적지않은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소노다 망언'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의 지론에 비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안보문제를 경제협력과 연결짓는 사고는 수용치 못한다'는 주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작, 문제는 그가 구사했던 논리와 설명 방식이었다.
소노다 외상은 지난 8일, 남미 순방시 아르헨티나에서 '군사적 배려에서의 경협(經協)이란 불가능하며, 상호의존 입장에 따라 인플레 ・국제수지 대책을 요청해온다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하는 등 대한(對韓) 고자세를 나타내더니, 귀국후엔 '안보문제와 관계없이 한국사정을 근거삼아 고려할 방침'이라고 발언, 흡사 말장난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번 망언은 그러한 표리부동함의 연장선상이다.
제아무리 '장외(場外)발언'이라곤 하지만, 회담 전날밤 야습을 하듯 상대국의 입장을 비난하며 거침없는 원색적 표현으로 한국민의 감정을 정면으로 건드린 소노다 망언은 과연 그가 '우방국의 외상'인지조차 의심케할 만한 대목이다. 문제의 망언은 19일 오후 5시경 외무성 기자간담회의 석상에서 나온 것으로 '(한국측이) 경제는 어려운데, 어렵다고 말하기엔 곤란할테니까...'라는 운운부터 시작됐다.
이어서 한국측이 그러한 사정때문에 '일본방위의 방파제론을 꺼내고 있는 것이다'라며, '국방과 안보를 들먹이는 것은 이쪽(일본)의 양손을 묶어놓고, (돈을) 내놓으라는 꼴과 같은격이다. 경제위기로 협력을 요청할바엔 사실 그대로 말할 노릇이지.'라면서 한국의 태도를 경직시킬 망언을 연발, 외상회담에 대한 진의를 의심케 했다. 소노다 외상의 몰상식하고도, 비(非)외교적인 언사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한국이 일본의 방파제라고 한다면, 일본은 한국의 뒷방패라고 말하고 싶다'며 발언, '안보문제를 경협과 연결지으려는 사고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일한관계는 잘못될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 얘기가 결말지어지지 않으면, 경제도 소용없다. 일본의 전체해외원조액 70%를 바라는 요청엔 대꾸할 가치가 없다. 줄 것도 못준다'는 식의 폭언마저 서슴치 않았다.
특히, 한일관계의 과거사와도 관련 '독불(獨佛)관계와 마찬가지로 어느쪽이 정복했네, 어느쪽이 당했네 하는것은 과거사가 나쁘기 때문이다. 신공황후(神功皇后) 이전엔 조선이 일본을 해치기도 했으니, 결국 피장파장이 아닌가. 과거사에 연연할게 아니라, 진정한 우방으로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 아시아의 동반 중핵(中核)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역사왜곡의 망령이 연상되는 실언이자, 허언이 아닐수 없다.




덧글
신공황후때 공격한것도 사실이 아닐지라도 요지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 우방으로 거듭나자는건데 맞는말 아닌가요?
그리고 대마도도 공격한적이 있는데;;
그리고 당연히 경협은 안보문제와 관련없이 한국의 사정을 고려해서 하는것이지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안보를 인질로 경협을 요구하는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패전후 자신들이 생각해도 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1945년이후의 교과서는 신공황후는 아예 빼버렸는데 일국의 수상이 저정도 수준이면 좀 문제 있는듯. 하긴 사진에 올라간 발트하임도 전 나치당원이었으니 유유상종인가.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일본인이 좀 쓴소리를 한다고, 물론 신공황후같은 좀 어의없는 근거를 듣긴했지만 아무튼 우리가 공격한적이 없는것도 아니고, 요지는 결국 진정한 우방이 되기를 원한다는거 아닙니까??
우리가 너무 과거에 연연하는 것도 사실 아닙니까?? 저자의 말이 뭐가 잘못되었는지요..
그리고 당연히 경협은 안보와 별개로 한국의 경제사정을 고려해야 하는것 아닙니까?;;
뭐 그냥 일본이 뭐 듣기 싫은 말만 하면 그냥 비난하는 분위기는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12/10/10 14:48 #
비공개 답글입니다.당시 일본이 저런 꼬장을 부릴 수 있던것은 제2차 오일쇼크로 세계경기가 얼어붙은데다, 이란 혁명, 이란이라크전,아프간 사태와 더불어 미국의 지도력 약화와 영국등 주요 서방세계의 죽쑤는 상황이 연속되는 부정적인 대외환경에 기인합니다. 일본이 나만 잘났다는 식으로 나설 수 있는 자신감에 근거가 있었죠.
한국도 유신체제에 대한 피로가 극심해지고, 일련의 정치적 파국 끝에 등장한 전두환 정권의 대외입지가 약한 데다 당시로서는 무리였던 중공업육성 정책의 폐해에 시달리던 때라서 업신여김을 당할 만한 위치였습니다.
포철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 자본과 기술의 뒷받침이 주어진다면 금새 위협적인 위치에 놓일 수 있겠다 싶어서 대규모 원조는 안된다, 산업기반 조성에 쓰여서는 안된다는 사실상의 조건이 붙기도 했습니다.
결국 전두환정권에 우는 애에게 젖물리듯 생색내기용으로 차관을 제공하였고 그것도 상당수가 전정권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게 됨. 지하철노선당 리베이트가 얼마라는 식으로..
유리한 국제정치환경과 자본력을 가졌으면서도 아시아의 맹주로 성장하지 못한 일본을 본다면 역시 섬나라의 폐쇄성은 어쩔 수 없구나 싶습니다. 주변국의 자원과 인력을 쭉쭉 잡아당겨서 자신의 역량으로 삼지 못하고 가마우지 사냥이라는 약탈적 분업체계에 만족해버리죠.
외환위기때 푼돈 몇푼으로 조롱하던 대북같은 애들도 있는가 하면 자국의 대외교역조건 악화를 감내하면서도 위안화 절하를 단행하지 않은 북경도 있죠. 절하를 했다면 한국은 몰라도 동남아는 회복이 상당히 지체되었을 겁니다. 위기가 진정되고 역내국을 모아서 새로운 체제를 제시할 때 역내국의 신뢰를 갖는 나라는 어디겠습니까? 치앙마이이니셔티브도 결국 외환위기 피해국과 중국의 대외적 지도력이 결합한데 일본이 견제용 숟가락을 얻은 것에 불과하죠. 08년 위기때도 중국이 나서서 스왑으로 안정을 이끌었고요. 일본은 미적미적대다 동참하는 쪽으로 결론. 역내 정치의 주도권을 이미 뺏긴겁니다. 이런 것을 보면 중국이 얼마나 큰 호흡을 가지고 대외정책을 관리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리더십이란거죠. 이걸 견제하는 역할을 일본이 해 줘야 하는데 소심한 것도 있고,근시안적인것도 있고해서 체제를 주도를 못하는겁니다.
신공황후때 이야기는 기억하면서 당장 어제의 일은 선택취사 기억하는 소자아성을 벗어나기 힘든 일본이 중국의 개방이후 줄곧 대륙7괴론이니, 붕괴론이니 하면서 우리에게 손을 뻗치기 전에 카미가제에 휩쓸려 저절로 소멸할 것이라는 이상한 희망적 사고가 지금까지도 팽배한 일본분위기를 보면 집단적 경험이라는 것이 국가의 대외적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명청교체기의 부정적 경험이 외교적 줄타기라는 단순한 결론으로 치닫지 않습니까? 국제사회에서 상대적 소국이 가지는 선택지를 단순히 어디에 낼름 붙어야 한다는 식의 결론으로 내리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