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개입의 저변 국제, 시사


리비아의  레바논 파병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현지에서의 분쟁에 새로운 불씨를 던져주었다. 리비아의 레바논 파병사실은 지난 5월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PLO 기지의 리비아군 미사일 포대를 맹폭격, 초토화시켰다고  주장한데  이어  PLO측이 확인함으로써 밝혀졌다. 한술 더 떠서 베긴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 항공기에  미사일을  발사한  행위는 '파멸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이번 공습은 지난 4월 29일에 시리아군이 레바논 영내에 미사일기지를 설치한데다 5월 15일, 카다피가 '이스라엘기(機)를 파괴하기  위해  레바논에 미사일을  배치할 태세가 돼있다'고 선언하자마자 감행된 것이다. 특히, PLO 의장 아라파트는 리비아군이 시리아와 남예멘, 알제리, PLO 등 캠프데이비드 협정에 반대하는 아랍강경파 5개국으로 구성된 소위 '5개국전선단(戰線團)'의 일부라고 밝혔다.

한편, 서방 관측통들은 약 150명의  리비아군이  이미 레바논의  남부 해안일대에 배치되었으며, 지난 4월 2대의 리비아군  미사일 차량이 이동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리비아의 PLO 지원양상이  보다 직접적임을 시사했다. 리비아는 72년경부터 레바논내 PLO 게릴라에 대한 훈련과 미사일 훈련 및 조종을 담당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레바논에서 리비아군이 직접 전투에 참가한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루트 시가전에서의 PLO 게릴라, 1981년경 촬영



하지만, PLO를 포함 대(對)이스라엘 강경국들에 대한 리비아의 지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69년의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카다피는 아랍권 통일과 이스라엘의 '박멸'을 외쳐대왔다. 리비아 국내의 서방측 군사기지들을 철수시키고, 석유산업 국유화로 수입창구를 확대하는 한편, 사회주의와 아랍식 민족주의, 이슬람 교리가 혼합된 '인민공화체제'를 선전하면서 호메이니를 응원해온 카다피다.

그 대기로  리비아는 대미관계가  급속도로 악화, 소련 진영으로 기울었다. 카다피는 엄청난 석유수익을 앞세워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아프리카의 다크호스로 등장, 사하라 이남에의 팽창주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아랍권과의 꾸준한  왕복외교로 강경노선을 주도했으며, 전세계 각지의 테러단체와 급진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소련도 이러한  카다피를  선봉으로 삼아 중동개입의  구실을 찾고자 부심했다. 리비아는 지난 75년 4월, 소련과 120억$ 규모의 비밀무기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며, 덕분에 리비아는 이집트에 견줄만한 군사력을 갖추었다. CIA를 위시로 미국의 정보소식통은 리비아가 현재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및 남미에 이르기까지 45개국의 게릴라 혹은 테러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었다고 분석했다.


                                           브레즈네프와 카다피. 1981년 4월 27일, 모스크바에서 촬영
  


금년 4월, 카다피는 76년에  이어  두번째 방소(訪蘇)를 통해 브레즈네프와의 회담에서 군사원조 증강을 요구하고, '5개국전선단'의 대소(對蘇)결속을 협의한바 있다. 리비아는 이외에도 레바논 내전의 당사국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작년 9월엔 양국정부가 형식적 통합정부의 수립을 선언했으며, 리비아는 26억$의 원조를 시리아에 제공, 대(對)이스라엘전을 부추겼다.

때문에 5월초 미국정부가 '국제테러행위 지원을 포함한 광범위한 도발과 부당행위'를 이유로 자국주재 리비아 외교관을 전원 추방해버린 것도  리비아의 도발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리비아는 육군 3만5천, 소련제 최신예전투기 280여대와  기타 군사장비를 보유중이고, 동구권의 군사고문단 3천여명을 자국에 주둔시켰는데, 매년 250억$에 달하는 석유수익은 지속적인 군비증강을 가능케한 원동력이다.  

여하튼, 레바논 파병에  대한  카다피의 정치적 명분은  아랍권 통일, 미국을  등에업은 시오니즘의 타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랍제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카다피의 야망과 이를 이용해 페르시아만 진출을  꾀하는  소련측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측면도  무시못한다. 레바논 내전을 계기삼아 카다피의 위치는 근동지방에 있어서 미소간 대립의 주요 변수로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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