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년에 걸친 족벌독재가 마침내 끝장이 났다. 산디니스타 게릴라의 항전과 이웃 중남미 국가로부터의 외교적 고립, 워싱턴의 압력에 굴복한 소모사가 재산은닉처인 미국 플로리다로 줄행랑치면서 니카라과 내란전쟁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독재자의 망명으로 일시적인 권력공백기가 닥쳐오자, 그간 반(反)소모사 항쟁을 주도해온 산디니스타는 정권인수의 준비로 부산하다.
한편, 카터행정부의 인권외교 적용으로 작년부터 대(對)니카라과 군사원조를 중단시킨바 있는 미국은 좌경색채의 산디니스타 정치노선엔 동조하진 않지만,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진 소모사는 아예 일찌감치 포기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안마당'에서의 좌파정권 수립을 방관할리 없는 노릇이다. 쿠바사태의 전철을 밟을수도 있다는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시점으로 미국 입장에선 민감한 난제들이다.
산디니스타와 쿠바간의 커넥션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모사체제 붕괴의 여파가 중남미 인접국들에 차례로 번져가는 '도미노 현상'은 워싱턴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입장에서 미국은 산디니스타와 접촉, 자유총선 실시와 중남미 각국 외상들의 니카라과 정권이양 감독, 멕시코형 좌경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보장을 받아내고자 외교공작에 나선 것으로 보도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소모사가(家)의 독재로 빚어진 니카라과 사태는 미국의 책임이 적지않다. 먼로독트린의 기본적 전제하에 안마당 중남미에 대한 내정간섭을 서슴치 않은 전례는 니카라과도 예외가 아니어서, 두차례의 점령(1912~25, 1926~33)이나 소모사의 쿠데타(1937)를 묵인하기까지 다양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소모사 가문의 재산은 니카라과 전체국토 20%를 비롯, 1년수출액과 맞먹는 정도라고 한다.
독재정권은 무너졌으나, 산디니스타 혁명정부의 색채가 다시금 주목된다. '국가재건평의회'를 발족시킨 산디니스타 내부에서조차 보수와 중도, 급진 3파가 대립중이며, 향후 정권인수 과정에서 과연 어떠한 형태로 탈바꿈할련지 예측이 불가하다. 소모사에 충성했던 국민방위군 잔당들의 소요사태가 진압되지 못한점도 우려되는 대목으로서 워싱턴의 중남미정책이 지닌 딜레마의 하나다.




덧글
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면서 철수가 졸았다는 이유로 정성들이고 힘들게 이삿짐 싼걸 다 엎어버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