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에도 사상 최악의 물가파동 국제, 시사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마침내  인플레이션과  무관한 것처럼  보여온  동구에까지 최악의 물가파동을 초래하였다. OPEC이 원유가의  인상을  최종결정한  직후인  7월 1일을  기해  소련정부는 승용차, 귀금속, 음식값 등을 최저 15%~최고 45%까지 인상했으며,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 역시 연료는 물론, 식품과 생필품이 총망라된 소비재들을 20~50%씩 인상, 가히 '폭탄물가'를 과시하였다.

이같은 물가폭등은 공산당 집권사상 최고의 상승률로서 사회주의 체제가  내세우는 국가보조금에 의한 소비자물가의 억제장치가 사실상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피해간 곳은 사회주의권 뿐이다'라는 코시긴 소련총리의 호언이  무색하게  동구권 제국들은  좋든 싫든  서방경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수가 없다. 데탕트시대 이후 확대일로인 서방세계와의 교역이 핵심 포인트라 볼 수 있겠다.

말하자면, 직접적으론  에너지 파동의  영향에서  자유로울진  모르겠지만, 무역을  통해  값비싼 상품들을 서방에서 사들이기 때문에 인플레 효과의 영향이 미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소련은 사회주의 체제의 교두보인  동구권 위성국들을 붙들어두려는 정치적 필요성으로 항시 동유럽 각국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발칸반도의 5개국에 연간 7천만톤의 석유, 천연가스 등 수요량의 70%를 제공해 준다.

한편, 오일쇼크 이래  소련은 중동산유국이 석유값을 인상할 때마다  서방의  인플레율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대(對)동유럽  수출 석유가를 인상해왔다. 이번 OPEC의 유가 인상으로 소련은 종래 국제시세가에 비해 40%나 저렴하게 위성국들에 공급하던 석유를 거의 OPEC 수준과 비슷하게 인상해버렸다. 이같은 소련의 에너지가 인상은 그대로 동구권 제국에 파급되어 경제적 압박을 강요하게끔 만들었다.

헝가리와  체코 당국이  물가인상을  발표하면서  설명했듯이, 에너지 자원과  원자재 가격이 상승일로인 탓에  생산자 가격을 재조정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동구권  각국에서 국민들을 서방식 인플레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는 여태까지의 호언은  원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억제에  충당해왔던 보조금 재원을 훨씬 상회, 소비자가 원가 상승분을 부담해야 하는  현실앞에 '공언(空言)'이 되버렸다.

그나마 정정(政情)이  안정된  덕분에  물가인상안을 조속히  감행할 수 있었던 헝가리나 체코와는 달리, 폴란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외채의존형  수입대체화  전략이  실패하며, 국가부채가  급증한 마당에 물가파동으로 70년과  76년 두차례에  걸쳐  심각한  폭동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은 종주국인  소련의  영향력  문제와도 직결된  사안인지라, 각국 공산당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지난 6월말의 코메콘 총회에서  소련은  에너지를 대량소비하는 화학제품을 전적으로 자국이 담당하고, 에너지 소비가  적은  공산품을 동유럽 각국이 생산할 것을  제의하며 가맹국들에 대한 에너지 공급량을 81~85년 사이 20% 증가시키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나, 연간 5억 7200만톤의 석유를 생산하는 세계최대의 산유국 소련도 산유능력이 한계치에 도달,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련은  여기에  대비코자  80년대의 '신(新)에너지 정책'을  마련, 천연가스 증산과  원자력발전소 증설을 위시로  석탄개발, 원유비축, 엄격한 절약, 우방국들과의 협력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이란사태를 계기로 중동제국과의  접촉을  모색하는 것은  정치 영향력의  확대와  더불어  원유의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데, 소련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국제 석유공급에  미칠  영향도 관건이다.



덧글

  • KittyHawk 2012/10/29 09:59 # 답글

    결국 범지구적 불황과 파동엔 동구권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요? 저런 배경들을 보면 80년대를 기점으로 한 동구권의 몰락이 우연이 결코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 셔먼 2012/10/29 12:13 # 답글

    생필품이라면 몰라도 고위층을 타겟으로 한 각종 고급 브랜드 제품은 동구권 경제체제 유지를 위해 서방권에서 다량으로 수입했으니 오일쇼크의 영향이 미치는 것은 피할 수 없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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