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滴 국제, 시사




이란과의 대결과정에서 드러난 미국의 무기력함은 60년대 이래 가속화된 위신과 힘의 쇠퇴를 반증하는 가장 최근의 사례인 셈이다. 2차대전 직후 한때 절정에 달했던 미국의 영향력은 베트남전과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쇠퇴일로의 사양길에 접어든 듯 하다. 지난 4년여간 쿠바군이 아프리카에서  승승장구한 사태, 이란과 니카라과의 상실, 에너지자원의 대외의존도 심화에 속수무책이었다.

미국경제의 체력을 평가하는 기준인  달러 가치마저 폭락해버렸고, 한때의 핵(核)독점을 포함한 압도적 군사력은  대소(對蘇)균형 유지에 급급한 형편이 되버렸다.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낳은 베트남전 충격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미국'이란 이미지 형성에 일조하였다. 미국은 세계도처의 현안들에 즉각 대처할 능력을 상실했으며, 백악관도, 펜타곤도, CIA도 모두 신뢰상실의 위기를 겪고있다.

경험이 일천한 카터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와 우유부단, 일관성없는 외교정책이 이러한 상실과 퇴조세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고정관념이다. 국무장관  밴스의 표현대로라면, '...미국은 더이상 다극화시대의 변화를 막을 수 없다.' 키신저의 보좌관 소넨펠트 역시 미국이 각국에 '복리와 자유주의적 가치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허망한 꿈은 수정되어야한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이란의 국내사정을  헤아리지 못한 미국은  왕정(王政) 존속을 뒷받침한 바크티아르 정권을 지지하였고, 신병치료 핑계로 팔레비의 입국도 승인, 또다른 과오를  범했다. 전(前)이스라엘 외상 에반은 이란사태가 '무기력함의 파급적 영향력의 의미'라는 가장 실감나는 역설적인 사례로 관측했다. 방대한 힘의 위력이 줄어든 반면, 에너지자원의 보유야말로 새로운 힘의 원천으로서 그 효용성을 발휘중인 시대다. 

때문에, 11월 12일 발표된 미국측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는 극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에반은 주장한다. 카터행정부가 팔레비 송환을 둘러싼 미궁속의  줄다리기 와중에 노정된 취약성의 핵심과제와 정면대결했다는 것이다. 무력행사에 호소하지 않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결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교훈으로 미국 입장에선 '제2의 베트남'처럼 위축된 생각을 털어버릴 시점이다.



덧글

  • KittyHawk 2012/12/25 01:54 # 답글

    개인적으론 카터 영감이 지금도 여기저기 얼굴 내밀며 거들먹거리는 걸 보면 영 짜증나더군요. 현실을 무시한 정책으로 미국과 그 우방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큰 패착들을 저지르는 바람에 정국 주도권을 공화당에 장기간에 걸쳐 넘긴 원흉의 제공자인 이상 칩거하는 게 순리이건만 뭔가 일이 크게 났다 하면 자기가 들어가 중재를 서겠다느니 식의 행태를 저질러 같은 민주당 정치가들에게서조차 안 좋은 시선을 받기 일쑤이니 말이지요.(클린턴 대통령의 장관 중 한 명이 1차 북핵 위기 때 카터가 북에 들어가겠다는 의향을 전하니까 원색적인 욕을 내뱉고,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의 신분으로 기자로부터 카터 관련 질문을 받으니까 정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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