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미국이 강력하고도 새로운 외교 결의를 밝히고 나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맞서 크렘린의 무력침공을 응징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연말, 3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소련군은 카불을 점령, 하피줄라 아민 정권을 붕괴시키는 한편, 체코대사이자 전(前) 부수상 카르말을 우두머리로 삼아 친소(親蘇) 괴뢰정권을 새로이 수립시켰다.
아프가니스탄의 위성국화는 미소(美蘇) 양대국이 추진해온 '데탕트'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다. 헝가리 봉기와 프라하 사태를 진압하며 소련이 내세운 '주권제한론'이 서방제국에 다소나마 설득력을 주었던 반면, 이번의 아프간 침공은 근본적으로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 미국의 해석이다. 아프간은 본래 비동맹중립을 표방해왔고, 페르시아만 연안제국에 인접한 만큼, 도저히 좌시할 수만은 없다.
이란사태로 미국의 위상이 현저히 저하된 현재, 아프간마저 소련에 넘어가면 미국은 물론, 서방제국은 경제적 사활이 걸렸다시피한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후퇴를 강요당해야 한다. 인도양에서 소련의 득세를 감수하고, 나아가 파키스탄도 위험해질 공산이 짙어지는 것이다. 소련이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제패할 경우, 중공과의 제휴하에 미국이 구상한 '도서(島嶼)거점 전략'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카터대통령은 크리스토퍼 국무차관보를 유럽에 파견해 아프간 사태 대응책을 협의, 서방측의 결속을 과시하며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 대소(對蘇)규탄에 나섰다. 주소(駐蘇)대사를 전격 소환하고, 함정 6척을 인도양에 증파함으로써 정치 ・군사적 보복책을 병행시켜 단행했다. 또한, 곡물수출 중단, 무역관계 축소, 하계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 등 전례없이 광범위한 보복조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2단계 전략무기제한 협정(SALT II)'의 비준 연기와 대중(對中) 군사협력을 강화할 뜻을 명시, 브라운 국방장관의 북경 방문을 통해 미국, 중공, 일본 3각(角)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토의한 것은 인도양의 파고가 동북아에까지 파급되었음을 의미한다. 미소간 대결이 첨예화되면 될수록, 중미(中美)결속은 그만큼 가속화, 한반도 문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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