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놔! 발언록



이번 제11차 각료회의는 지난번 양국 외상(外相)회담에 의하여 '새로운 차원의 우호협력관계[=안보 경제협력]'를 구축해 나가고자하는 공동의 결의를 다짐한 직후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또한, 한국의 제5공화국 출범 이래 처음으로 갖는 각료회의라는 점에서 양국간의 건전하고도, 올바른 관계의 구축을 바라고 있는 한일(韓日) 두 나라 국민들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국제정세는 70년대의 강대국간 데탕트 기조(基調)가 후퇴해가는 가운데, 지역분쟁이 빈발하는 등 국제적인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의 오타와 서방 선진국(G7) 정상회담은 이러한 준엄한 국제정세에 대한 서방측의 인식을 반영하여, 세계의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제창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동일한 정치 이념과 가치를 추구하는 두 나라가 보다 긴밀한 협력체제를 굳혀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양국에 대해 더욱 높은 차원에서의 협력 확대와 심화를 통한 슬기로운 대처를 요청하고 있으며, 이는 한일 두 나라 국민앞에 놓여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인은 확신하는 바입니다.

- 1981년 9월 10일, 한일 각료회담 개회사에서 '안보 경협'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노신영(盧信永)



          어, 그래. 그런데, 너희나라는 그토록 일본 싫어한다면서 왜 돈을 빌리고, 기술까지 배워가려 안달이삼?



내가 청와대에서 좌시 못하고 반대해야 했던 첫 외교적 사기(詐欺), 방종은 1981~83년 사이에 벌어진 한국의 '대일(對日) 1백억불(佛) 경협(ODA) 요구사건'이었다. '1백억불에서 단 한 푼도 못깎는다'고 말하는 노신영 외무장관에게 일본 외상 소노다가 '내 평생 돈 빌리러 온 자가 단 한 푼도 못깎는다고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정확히 떼쓰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수했던 소극(笑劇)의 진상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카소네 일본 수상의 1983년 1월 12일 (공식) 방한으로 1백억불(ODA 60억$)이 결국 40억불(ODA 18억 5천만$)로 급전직하, 81년도 이전까지 매년 3억불 받아왔던 것을 7년에 걸쳐 받기로 은폐하고, 끝내버린 그 무모했던 외교적 사기, 방종! 나의 반대는 끝내 한국의 망신을 막지 못하고, 시간과 정력을 낭비한 허사가 되고 말았다. ...나는 나에게 떨어지는 현실에 대한 관가(官街)의 고식적 처방과 상투적인 타성(惰性)을 수용할 수 없었다...

외교적 사기, 방종이란 대외관계(한국의 경우엔 특히 한미(韓美) 및 대북관계)로 국가와 국민들을 속이고, 상식에 역행하며, 부질없이 무책임하게 제멋대로 부린 탈선행위로 나라에 해(害)를 끼치는 발상과 행위이다. ...나의 청와대 복무는 아슬아슬할 때가 적지 않았다. 내가 외교적 사기, 방종을 묵인하지 않고 반대할 때마다 그랬다. 나는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반대 담당' 비서관 낙인이 찍혔지만, 그가 나의 목을 자르진 않았다.

- by 이장춘(李長春)



덧글

  • 파파라치 2013/02/07 12:35 # 답글

    부하의 반대 의견도 용납했던 건 오히려 군부독재 지도자들이 더 나았던 것 같군요. 통이 큰 깡패 두목에게서도 볼 수 있는 덕목이니 그렇게 칭찬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이후 민간 대통령들의 행태를 보면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블루라이트 2013/02/07 14:13 #

    아마 판단력의 차이일듯 싶습니다.

    부하의 반대의견이 어느정도로 옳은건지 판단할줄 모르면 무조건 짜르는 경우가 많으니
  • 블루라이트 2013/02/07 14:14 # 답글

    참 저런걸 보면 국민의 반일감정이 때로는 역으로 민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걸 볼수 있는듯 싶습니다.

    사실 좀만 더 머리를 쓰면 반일감정을 대놓고 드러내기 보다는 "뒷통수"라는 역습도 있긴 한데.
  • 에드워디안 2013/02/07 14:32 #

    미국의 지원사격을 믿었다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 노골적인 본심 드러내기였죠.
  • 솔까역사 2013/02/07 14:22 # 답글

    백억에서 사십억으로 깍인게 아니라 원래 없던 데서 사십억이 생겨난 것.
    전두환이 재벌들에게만 돈을 뜯어낸 줄 알았는데 일본에도...
  • 에드워디안 2013/02/07 14:33 #

    ㅋㅋㅋ 통 큰 일해의 뱃심이긴 한데, 과정으로 보나 결과물로 보나 썩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 솔까역사 2013/02/07 15:11 # 답글

    전두환이 물건은 물건입니다.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김조의 상투적인 수해지원제의을 오히려 받아 들여서 골탕을 먹였다거나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두면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김정일은 주로 해꼬지를 해서 사람을 애먹였지만 전두환은 보기와는 달리 발상이 기발한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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