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공산주의 총본산, 최대의 축제 무대장. 볼셰비키 혁명 이후 가장 어렵다는 시기를 맞아, 현지시각으로 2월 23일 모스크바에서 제26차 소련공산당 전당대회가 개최된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따른 휴유증, 끈질긴 폴란드 자유화 운동, 미국의 정권교체로 가속화된 신(新)냉전, 날로 어려워져가는 경제사정, 늙고 병든 서기장의 후계자 논의 등등. 크렘린을 괴롭히는 심각한 사안들이 시작전부터 이번 대회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5년마다 각국 공산당 대표들을 초청, 축제행사를 겸해 열리는 소련공산당 전당대회는 그들의 실적을 자화자찬하고, 청사진을 펼쳐보이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번 대회는 23일, 브레즈네프의 개막 연설로 시작되어 닷새간 공개회의를, 3월 2~3일 이틀간 비공개회의를 거쳐 소련의 정치국원 명단 발표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개회의에선 경제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비밀회의에선 아프간 및 폴란드 사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바다.
한편, 잦은 병치레와 고령으로 노쇠해진 브레즈네프는 4~5시간이 소요되는 개막 연설을 가능한 한 축소시키기로 결정했음에도, 권좌에서 후퇴할 조짐이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날에 발표될 정치국 명단은 포스트-브레즈네프 시대 소련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전당대회에 맞추어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안이 발표된다는 점에서도 역시 주목이 간다.
지난해 연말에 공개된 81~85년도 제11차 5개년 경제계획의 초안에 따른 목표는 대충 다음과 같다.
(1980년도 기준 증가율)
국민소득 18~20%
공업생산 26~28% (생산재 26~28%, 소비재 27~29%)
농업생산 12~14%
* 76~80년도 제10차 5개년 경제계획의 목표 수치
국민소득 24~28%
공업생산 35~39%
농업생산 14~17%
이처럼, 지난 계획에 비해 수치를 낮추어 잡은 것은 80년도 실적에서 국민소득, 공업생산, 농업생산이 모두 계획에 미달되는 등 경기침체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련경제는 아프간 ・폴란드 사태로 말미암은 서방의 투자 협력 거부로 곤경에 처해졌다. 미국의 곡물 금수조처는 연간 10억$ 손실을 감수하게끔 만들었으며, 시베리아 천연가스 파이프 부설공사도 아프간 사태 이후 서방 금융기관이 차관 공여를 꺼려해 난관에 부딪쳤다.
소련은 추후로도 지속적인 군비증강 노선을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국방예산은 엄격한 비밀에 붙여왔으나, CIA는 80년도 소련의 국방비 지출이 총 1750억$로 미국(1150억$)보다 크게 앞섰다고 보고했었다. 브레즈네프 집권 이래 언제나 그래왔듯이, 당(黨) 대표들은 정치국의 국방예산안을 수정없이 통과, 군비경쟁 결의를 다질 모양이다. 반면, 한계에 봉착한 경제와 군사력의 불가분적 상관관계상 우려의 목소리마저 없지 않다.
모스크바에서는 사방에서 운집할 대의원들과 각국 공산당 대표 5천여명을 위한 호텔방 예약에 부산하고, 민병대원 3500명이 투입되어 보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등 야단법석이다. 정작,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각국 당 서기장은 아프간 침공전에 대한 불만 표시로 대회 불참을 통고,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유로코뮤니즘'의 핵심인 이탈리아와 프랑스 공산당 대표가 불참했다는 것은 국제공산주의 운동 내부의 균열을 반증해주는 사례인 셈이다.
전체적으로 브레즈네프 현(現)체제와 노선엔 이상 징후가 감지되지 않은 상태다. 그만큼, 무미건조할 소련공산당 당대회 최대 하이라이트는 결국, 총결산인 정치국 명단 발표에 관심의 초점이 쏠리고 있다. 이마저도, 작년 가을에 코시긴 전(前) 수상의 은퇴로 빈자리를 메꾼 중앙위원회 서기 고르바초프가 정(正)위원으로 승진한 것을 계기삼아 당분간 지도부 개편은 전무하지 않겠나하는 관측도 있어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인 듯 하다.




덧글
ps : 사실 뻥튀기를 감추기도 힘들었죠.
그리고 브레즈네프는 딱 일 년뒤 요단강 건너갔고 그 후계자들도 줄줄이 초상치르고 저 신예 고르비가 서기장으로 떡!!!
체르넨코야 선배 브레즈네프의 망령 이상이하도 아니었다만, 안드로포프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걸물이었죠. 그나마 15개월의 짧은 서기장 재임기 중 절반 가량을 병상에 누운 상태로 보내야했다는 것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