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총수가 아닌 정치국 대표로서... 발언록




1967년부터 이듬해까지, KGB 의장으로 부임한 안드로포프는 크리미아 타타르인의 이주와 연관된 성가신 문제에 개입하게 되었다. KGB는 연방 전역의 소수민족들 가운데 반체제파에 대한 대처에도 책임을 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KGB 산하 '공화국 담당국'의 임무로 규정되었던 것이다. 크리미아 타타르인은 2차대전 말기 스탈린의 이주정책에 의거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추방당했다가 60년대 와서야 간신히 민족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1967년 당시 50만명의 크리미아 타타르인이 있었고,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길 갈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렘린 당국의 방침은 그들에게 '크리미아를 제외한' 나머지 어느곳에서든지 거주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1967년 9월 5일, 소비에트 최고회의는 크리미아 타타르인의 정치적 지위에 대한 포고령을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과거에 크리미아에 거주하고 있었던 '타타르 민족의 인민'은 소련의 '영내 어디에서라도', '여권 규칙을 고려하면서' 거주할 수 있다고 기술되었지만, 이 여권 규칙이 확정된 후, 거기엔 '크리미아인이 크리미아에 거처를 정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되버렸다. 참다못한 타타르인들은 당(黨) 정치국 대표들과의 담판을 요구하였다.

그 담판은 성사되었다. 정치국에선 안드로포프를 대표로 하여 검사총장 루덴코와 내무장관 시첼로코프로 구성된 그룹을 파견해왔다. 바꿔 말하자면, 정보기관과 경찰에 의한 민족 탄압조직의 대표들인 셈이었다. 회의가 소집되고 안드로포프가 서두 발언을 개시했을 때, 크리미아 타타르인 대표 하나가 일어나서 물었다.


"안드로포프 동지! 당신이 여기에 계시는 것은 정치국의 대표로서입니까. 아니면 KGB 의장으로서입니까?"


안드로포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정치국 대표나, KGB 의장이나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거지?"

"다릅니다. 만약, 당신이 KGB 의장으로서 이 자리에 계시는 거라면, 우리들은 퇴장하겠습니다."

"...내가 여기있는 것은 정치국의 지시에 의한 것이고, 정치국 명의로 되있는 것도 분명하오."


회의를 통틀어 논의는 위선에 찬 것이었다. 안드로포프와 시첼로코프는 여권 규칙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고 언명했다. 그같은 규칙이 어째서 대(大)러시아인(러시아 본토인)이나, 우크라이나인에겐 함께 적용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리있고 책임있는 대답은 회피했다. 타타르인 대표들은 이번 담판에 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집회를 각 지구에서 열어도 괜찮은지, 여부를 물었다. 안드로포프는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물론이오. 필요한 집회장을 제공하고, 집회 수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지시를 내리겠수다."



덧글

  • 만슈타인 2013/04/20 13:50 # 답글

    정치국 대표로 왔으면 소비에트 평의회에서 당신들이 개발살 나는 거고 KGB 의장으로 왔으면 고문실에서 박살나는 거고 ㅇㅇ
  • daffy12 2013/04/20 13:56 # 답글

    안드포포프가 KGB총수 시절 모스크바에 출몰하는 UFO에 대해서 조사를 하라고 명령한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ㅋㅋ
  • 3인칭관찰자 2013/04/20 21:40 # 답글

    정치국에서 담판자로 보낸 사람들 면면이 그냥 ㄷㄷㄷ하군요 ;; KGB 국장에 검사총장(..)
  • 위장효과 2013/04/22 18:26 # 답글

    그나마 안드로포프에 시첼로코프정도에서 끝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만약에 이게 강철의 대원수였다면...(대원수동지가 레닌 시절 소수민족 담당이었던 건 다 아실듯)
  • KittyHawk 2013/04/24 09:19 # 답글

    저 시대의 거물들은 온건한 투로 얘기해도 그게 사안에 따라선 온건하게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아서 무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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