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와 군비증강은 불가분이지 발언록






말 한마디 잘못 놀림으로써 화를 자초할 듯한 현재 상황에서 우리 국민과 외국인들에게 말로 상황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딱히 도움되진 않을 것 같아 본(本) 대신 스스로 말씀드리는 점, 솔직히 마음에 내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침묵한다면 금번의 토론에 거는 기대가 감소하기보단 더욱 커질까 두렵고, 국민의 불안과 국내외적인 우환도 감소하긴커녕 증대되진 않을까 걱정된 나머지 이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매우 어렵고 중대한 사안인만큼, 외교 담당 전문가들조차 함부로 다루려하지 않으리란 점을 우리 국민들은 알고있을 겝니다. 따라서 저로서도 정말 뭐라 말씀드리기가 꺼려집니다. 그런고로, 1년하고도 하루전에 본 대신이 이곳에서 말씀드렸던 내용을 재차 상기해보는 수준으로 발언을 국한하고자 하렵니다. 그때 이후로 사정이 변한건 거의 없습니다.

지난 1년간, 프랑스보단 러시아 때문에 보다 많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불안은 작년 여름 러시아와 프랑스 언론들이 서로 주고받은 상호위협과 흥분, 비난, 그리고 도발적인 표현들 때문에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국내 상황은 1년전 그것과 사실상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1870년의 대전쟁이 종료된 이래, 단 1년이라도 전쟁의 재발 위험에 대한 경고가 없었던 시기가 과연 있었습니까? 70년대초부터 우리는 입버릇처럼 '다음번 전쟁은 언제쯤 일어날 것인가?'라고 물었었지요. '언제쯤 프랑스의 보복전이 터질 것인가?' '늦어도 5년내에 일어나겠지' 이런식의 문답(問答)을 벌이면서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겠는가의 여부는 러시아에 달려있을 뿐이며, 러시아가 열쇄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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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가능한 한 강력한 국가가 되어야 하며,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지구상에서 우리와 비슷한 자원을 보유한 어느 나라보다도 더욱더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자원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죄를 범하는 행위입니다. 전쟁에 대비한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면, 군대를 소집할 필요조차 없는겁니다. 제가 가끔씩 주장하는 겁니다만, 하찮은 비용 문제는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항시 위기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를 감안할 때, 우리와 동일한 목적을 지닌 다른나라보다 우리가 더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유럽대륙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적어도, 3면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위치입니다. 프랑스는 동쪽의 1면만 취약하고, 러시아는 서쪽이 취약할 뿐입니다.

이같은 지리적 이유로 말미암아, 우리 독일인들은 다른나라가 연합해서 적대행위를 감행해올 경우, 커다란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다, 다른나라와 달리 오늘날까지 독일 국민들이 보여준 응집력의 취약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하튼, 하느님께선 이웃들이 우리는 나태해지거나 어리석어지게끔 하지 않도록 겨우 연명이나 하면서 지내지는 않을만한 위치를 지정해 주셨습니다.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 군대를 증강시키자는 발의는 필요가 없다곤 치더라도, 모든 남성을 총동원하지 않는 한도에서 증강하자는 겁니다. 일단 군사를 증원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도 해놓아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입니다. 1813년, 영국이 우리 육군부대에 제공해 준 카빈 기병총을 가지고 제가 직접 사냥하면서 사용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군인에게는 적합한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위기를 당해서 급히 무장할 수도 있지만, 평소에 준비를 해두면 평화유지군을 강화하는 셈이며, 동시에 야전에서는 최대인 70만 대군을 보유한 제후국 연합에 1/4의 병사를 추가해 연합을 강화해주는 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군대를 증강하면 국민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얻을 뿐만 아니라, 환율, 언론, 여론 등의 걱정을 감소시킬 것입니다. 이러한 군사증강이 이루어지고, 이번 안건에 대한 서명과 발표가 있는 순간부터 군인들이 제몫을 하게 된다면, 국민들은 위안을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군비는 필요하며, 국민 가운데 가장 용감한 용사로 구성된 강군을 보유하려면 질좋은 장비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30세가 넘은 가장(家長)들로 구성된 강군에게 '최상의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공격적인 전쟁에 찬성하진 않습니다. 우리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되는 전쟁을 있을 수 없습니다. 남들이 전쟁의 불꽃을 지필련지도 모르겠으나, 우리가 먼저 불을 놓은 사태는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방금 말씀드린대로, 우리의 국력을 생각하거나 또한 제후국들에 대한 신의로 미루건대, 우리는 변함없이 평화를 수호하는데 진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편견이나 악의(惡意)에 이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에게 지향되었던 각종 위협이나 모욕, 도전 때문에 우리가 적개심을 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여타 민족이 우리를 싫어할지라도, 독일인들은 그같은 점에선 덜 민감한 탓에 우리가 먼저 악의를 품을 수 없습니다. 적개심마저 완화하고자 애쓰는 우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에도 이웃들, 특별히 러시아와의 평화관계를 유지해가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특별히 '러시아와의 관계'를 말씀드리는 것은 프랑스가 우리의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뜻에서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와 분쟁을 벌이진 않을 것이며, 프랑스를 공격하지도 않을겁니다. 저는 평화무드가 바로 깨어지리라 믿지는 않습니다만, 그러한 생각이나 걱정과는 무관하게 여러분께서 현안을 고려해주시길 바라며, 이 문제는 하느님께서 독일인들에게 내려주신 그래서 필요할 경우엔 사용할 수도 있는 독일의 강력한 국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가 없으면 절대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무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외국 언론의 위협적인 기사 때문에 우리의 이같은 노력이 다소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한 보도가 더이상 나오지 않게끔 외부세계에 특별한 충고 하나 하겠습니다.

그러한 '기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질 않습니다. 외국정부가 아닌 언론의 우리에 대한 위협은 멍청하기 이를데 없는 수작이며, 종잇조각에 검은 글자나 써대는 것으로 자랑스럽고도, 위대한 우리 제국(帝國)을 겁주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말장난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그따위 부질없는 생각을 집어치우기만 한다면, 우리는 양쪽의 이웃들(프랑스, 러시아)과도 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국(一國)의 방종스런 언론에 최종책임을 져야할 것은 해당국의 정부이며, 언젠가 상대국으로부터 '최후 결정'이란 형식으로 징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릇 인간은 쉽사리 사랑이나 선의(善意) 따위에 속아넘어가기 마련입니다만, 누군가한테서 협박당한다면 절대로 그럴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독일인들은 세상에서 하느님을 제외한 그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 1888년 2월 6일, 제국의회에서 외교정책과 결부된 군비증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     



덧글

  • KittyHawk 2013/09/16 02:26 # 답글

    비스마르크 체제의 평화는 어느 의미론 최고였지만 그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한편으론 위태로웠다는 게 단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Fedaykin 2013/09/16 04:04 # 답글

    peace through power!

    케인아저씨 생각나네요
  • Niveus 2013/09/16 05:22 # 답글

    어떤 의미론 현실을 너무 꿰뚫어본 사람이었죠.
  • 담배피는남자 2013/09/16 07:52 # 답글

    "저는 공격적인 전쟁에 찬성하진 않습니다. 우리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되는 전쟁을 있을 수 없습니다. 남들이 전쟁의 불꽃을 지필련지도 모르겠으나, 우리가 먼저 불을 놓은 사태는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1차대전에선 벨기에를, 그것도 중립국을 선제공격함으로써
    영국을 끌어들이고 말았죠. 그 다음엔 영국을 향하는 상선들을
    공격해서 미국도 끌어들이고...
  • 피그말리온 2013/09/16 09:11 # 답글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이네요...
  • 위장효과 2013/09/16 09:52 # 답글

    비스 옹이 수상직에서 물러나고 고향가는 기차에 올라탔을 때 플랫폼에 엄청난 인파가 환송하러 나왔었죠.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안녕히 가세요!" 그거 보고 비스 옹 왈 "쳇, 이거야말로 정말 화려한 장례식 아닌가!"
    후계자들이란 사람들이-전함덕후카이저부터 해서 수상, 군 수뇌부-하나같이 능력 미달이었던 것도 참 암울했고 말이죠.
  • Let It Be 2013/09/16 12:40 # 답글

    위대한걸물께서 백년은 놀고먹을 판을 짜두셨지만 그걸차버린 머저리후계자들은 참
  • 漁夫 2013/09/17 23:37 #

    '머저리 후계자'들이 판을 엎으려고 그리도 애를 썼음에도 25년은 갔으니 그 정도면 능력이 대단한 거죠.
  • 트레버매덕스 2013/09/16 12:40 # 답글

    세상에 영원한거 없네요 참....
  • BigTrain 2013/09/22 23:37 # 답글

    "우리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되는 전쟁을 있을 수 없습니다. 남들이 전쟁의 불꽃을 지필련지도 모르겠으나, 우리가 먼저 불을 놓은 사태는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이 사람이 단 몇 년만 더 집권하면서 카이저를 사람 만들어 놓았으면 어땠을까 싶은 대목이네요. 이런 사람이 물러나자마자 프랑스 선빵을 기조로 한 슐리펜 계획이 수립되었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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