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참전에 임한 독일제국의 입장 발언록






엄청난 위기가 전(全) 유럽대륙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싸워 제국(帝國)을 건설해냈고, 지난 44년간 세계의 존경을 받은 이래 우리는 줄곧 평화롭게 살아왔으며, 유럽 전체의 평화도 지켜왔습니다. 평화적인 노력으로 우리는 강대해졌고,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독일이 전쟁에 열중하고 있다는 구실을 대면서 동서 양(兩)방면에서 대단한 적개심을 키우며 우리에게 속박의 사슬을 벼르고 있는 것을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아 왔습니다. 이렇게하여 불기 시작했던 바람이 이제는 폭풍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살기를 바랬고, 위로는 황제폐하로부터 아래로는 앳된 병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마음속에 다음과 같은 맹세를 했었던 것입니다.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만 우리는 칼을 뽑는다!'

그런데 우리의 의지와는 반대로, 우리의 정직한 노력과는 반대로, 우리가 그 칼을 빼야하는 날이 다가온 것입니다. 러시아가 마침내 불을 질렀습니다. 우리는 러시아와 프랑스를 상대로 싸우게 되었습니다. 의원 제군 여러분! 사태 진전을 웅변해주는 일련의 문서가 계속 쌓인끝에 여러분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가운데 우리의 태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사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간 위기가 조성되던 순간부터 우리는 이 문제가 오스트리아-헝가리와 세르비아에만 국한되어야 한다고 선언했으며,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노력을 했습니다. 다른나라 행정부, 특히 영국의 내각도 동일한 견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유독 러시아만이 이 분쟁의 해결에 참견해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결과, 얽히고 설킨 위험한 분규가 유럽대륙에 그 머리를 들게 되었습니다.

러시아가 동원령을 준비중이라는 최초의 보고가 접수되자, 우리는 우의를 지키면서도 단호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통보했습니다. 즉, '오스트리아에 적대정책을 사용한다면 동맹국 편에 설 것이며,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준비한다면 부득이 그에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 동원령은 전쟁이 임박했음을 뜻합니다. 러시아는 평화를 희망한다고 우리에게 엄숙히 확언했습니다. 또한, 절대로 우리를 상대로 전쟁 준비를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영국은 빈(Wien)과 상트페테르부르크간 중재를 모색했는데, 우리는 이같은 노력을 지지했습니다. 7월 28일, 우리 폐하께서는 러시아 차르에게 전문(電文)을 발송하여 생존권을 위협한 범(汎)세르비아 선동에 대항해 오스트리아가 자구책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차르에게 폐하께서는 '사라예보의 범죄적 행위' 때문에 왕권(王權)의 권익이 위협받는 사실에 주목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견해 차이를 없애고자 개인적인 지지도 호소하셨습니다. 전문을 접수하기 전, 거의 동시에 러시아 차르도 우리 폐하께 도움을 요청해오며 빈측의 태도를 완화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우리 폐하께서는 중재역을 담당하셨습니다. 그러나, 폐하의 중재가 시작되자 러시아는 모든 군사를 동원해 오스트리아에 대항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만을 목표로 삼아 육군부대를 동원했을 뿐입니다. 2개 군단만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북쪽으로 이동시켰습니다. 폐하께서는 즉시 러시아 차르에게 통보해 러시아군이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이동하기 때문에 중재 역할이 불가능하진 않더라도, 더욱 어려워졌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약관계가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중재를 계속했습니다. 이 기간에도 러시아는 우리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재확인했습니다. 7월 31일이 밝자, 빈에서는 중대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때가지도 우리의 노력으로 한동안 중단되었던 빈과 상트페테르부르크간의 직접 대화를 재개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빈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러시아는 전군(全軍)을 동원해서 우리에게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우리 대사를 통해 거듭 밝혀둔 만큼, 우리 국경으로 군사를 이동시키면 그 결과가 어찌될지를 아는 러시아 정부가 군사행동을 우리한테 통보해오지도 않았으며, 한마디 해명조차 없었습니다. 31일 오후까지도, 차르는 우리측을 겨냥한 도발이 아니라는 전문 한 장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30일과 31일 밤 사이에 우리 국경에서의 러시아군 이동은 전면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우리가 빈에서 중재를 하는 동안, 러시아군은 거의 무방비 상태로 길게 뻗은 우리 국경으로 이동했으며, 프랑스도 그때까지 군사행동은 하지 않았으나 군사적 방책은 취하고 있었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유럽 평화를 위해 하나의 예비부대도 소집하지 않았습니다. 양(兩) 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가 그들이 공격해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합니까? 독일이 이토록 위험에 빠지게끔 방치하는 것은 범죄행위입니다! 우리는 유럽 평화를 유지할 유일한 방책으로 러시아에 동원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대사에게 재차 훈령을 내려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면, 전쟁상태 존재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선언토록 했습니다.

우리 대사는 훈령대로 통보했습니다. 동원령 해제 요구에 대한 러시아측의 반응은 오늘까지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사소한 내용과 관련해선 전문이 많이 오갔으나, 이 문제에 관해선 일체 한마디 통신 한 장 없습니다. 통보한 시한이 지나자, 마지못해 황제폐하께서는 8월 1일 오후 5시를 기하여 우리 아군에 동원령을 내리셨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프랑스에 대해서도 우리 태도를 분명히 밝혀두어야 했습니다. 독로(獨露)전쟁에서 프랑스가 중립을 지킬 것인가에 관한 우리의 명확한 질문에 대해 프랑스는 자국의 국익 향방에 따라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거부는 아니라고 해도 다분히 회피적인 대답이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절대절명의 필요 상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흘 굶어 도적질 안하는 사람 없다고, 필요앞에는 법도 없습니다.

아군은 룩셈부르크를 점령했으며, 지금쯤 벨기에 영내로 진입했을 겁니다. 여러분, 이것은 분명히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이긴 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브뤼셀에서 상대측이 존중하면 자국도 벨기에의 중립을 존중해 줄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현재 침공준비를 갖추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기다릴 여유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프랑스가 라인강 남쪽 측면을 공격해왔다면, 우리에겐 치명타가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룩셈부르크와 벨기에 정부의 정당한 항의마저 무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그릇된 일을 저지르고는 있습니다만, 우리의 군사 목표만 달성하면 바로 시정해 바른 일을 하겠습니다. 어느나라도 우리처럼 위협받는다면, 신성한 목적을 위해 싸운다면, 결국 스스로의 활로를 개척하려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오스트리아와 어깨를 함께하고 전진해 갑니다. 영국의 태도에 관해선 어제 영국 하원에서 외무대신 그레이(Grey) 경(卿)이 영국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선언했습니다. 영국이 중립을 고수하는 한, 우리 함대는 프랑스 북부 해안을 공격하지 않으며, 벨기에 영토와 독립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지금 이자리에서 세계에 재차 밝혀둡니다. 한가지 더 추가할 것은 영국이 중립을 고수하는 한, 또한 동일한 보장을 하는 한, 우리는 프랑스의 상선에 대해서도 적대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본(本) 대신은 현재까지의 상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황제폐하의 유지(諭旨)를 번복해 드리겠습니다. '독일은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전쟁에 임한다!' 우리는 평화를 위한 노력의 결실을 위해, 위대한 역사를 물려주기 위해, 미래를 위해 싸웁니다.

몰트케가 군비를 갖추고 우리의 유산을 지키며, 1870년 [普佛戰爭] 당시의 정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그 50년간의 기간이 미처 다 지나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엄청난 시련의 순간이 우리 국민들에게 밀어닥쳤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독일 전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우리 육군은 야전에서, 우리의 해군함대는 바다에서 전투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국민들 전체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울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이제 여러분이 짊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아실 겁니다. 여러분 앞에 놓여진 안건(案件, 전쟁공채안)에 관해서는 더이상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당파(黨派)를 초월하여 거국적으로 일치단결, 제국의 안녕을 위해 전력해야 할 시기입니다. 신속히 통과, 처리해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 1914년 8월 4일, 제국의회에서 카이저의 칙어(勅語)를 공표, 세계대전 참전 경위를 정당화하면서  
                                                  테오발트 폰 베트만 홀베크(Theobald von Bethmann Hollweg)







제국이 건국된 이래 44년간 세계평화를 보전하고자 선조들께선 갖은 정열을 다 바치셨으며, 짐(朕)도 마찬가지로 열성을 다해왔고, 평화가 유지되는 동안 국가의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노라. 그러나, 우리의 적국(敵國)들은 우리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자 우리를 질투했다. 동서, 바다 건너편에서까지 공공연히 그리고 비밀리에 적대감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우리는 책임과 국력을 생각하며 지금껏 참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적들은 우리에게 굴욕을 안기려한다. 비열한 공격을 준비하면서 적들은 우리에게 그저 팔짱만 낀 채 보고만 있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 동맹국이 위신을 지키고자 싸우는 중이며, 그들이 굴욕을 당하면 우리의 국력과 영예도 마찬가지로 상실되는데도, 적들은 우리가 동맹국을 지원하려고 나선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다.

양심의 가책을 받지말고, 칼을 뽑아 결판을 내는 수밖에 없다. 평화를 누리고 있는데도 세계가 우리를 공격하였다. 그러니, 모두가 일어나자! 무기를 들자! 주저하거나 늦추면 조국에 배반하는 결과가 된다. 이번 전쟁은 선조들께서 새롭게 건국하신 우리 제국의 존망이 걸린 전쟁이다. 이것은 독일의 힘과 독일의 문화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우리는 최후의 한 사람, 최후의 한 마리 짐승까지도 그 목숨을 다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사방이 온통 적국인 세계를 상대로 싸워야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번 싸움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이제 독일에 '정당(政黨)'이란 없다. 오로지 '독일인'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단결했을 때, 독일은 단 한번도 정복당하지 않았었다. 하느님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자! 과거 우리 조상들과 함께 계셨듯이, 하느님께선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니라.


- 1914년 8월 6일, 세계대전 발발을 맞이해 독일제국 신민(臣民)에게 고유(告諭)를 내리며
                                                                                카이저 빌헬름 2세(Wilhelm II)



덧글

  • 재팔 2013/09/25 21:05 # 답글

    저렇게 말하면서, 참모총장에게 "벨기에만은 안가는 게 어때?" ㅋㅋㅋ
    의외로 무시당하는게 카이저가 저 말하면서 슐리펜 계획 변경을 요청한 거죠 ㅋㅋ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뭔 깍지가 씌었는지 슐리펜과 군인들은 칭찬받는데 ㅋㅋㅋ
  • 만슈타인 2013/10/05 19:38 #

    적어도 전략적으로 영국의 개입을 막아보려고 했다는 것을 보면 빌2가 완전 바보는 아닌데 뭐 어쩌다가 24년만에 제국을 거하게 말아잡수셨는지...
  • KittyHawk 2013/09/25 22:01 # 답글

    비스마르크의 견해만큼은 존중해서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는 끝까지 유지했더라면 싶어지더군요...
  • 토나이투 2013/09/25 22:26 # 답글

    좋은글을 만났군요 ㅎㅎ 잘 읽고갑니다
  • Joker™ 2013/09/25 23:32 # 답글

    소위 맑시스트들도 위대한 독일 제국을 위해 싸우자고 일어났으니, 낄낄낄.
  • Let It Be 2013/09/26 11:12 # 답글

    프랑스랑은 전선유지만 하고 러시아랑 기동전해서 싸우는 식이엿음 승산이 잇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영국은 벨기에 침공하니깐 참전한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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