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 일본은 반성이 좀 부족하긴 하지 발언록








問 : 당면의 문제로 평화조약[교섭]이 현재 진행중이지만... 일본으로선 일중(日中)관계는 일미(日美)관계처럼 매우 중요한 하나의 국제관계라 생각하는데, 오히라(大平)씨께선 지금의 국제정치 가운데 일중관계, 중국이라는 나라를 기본적으로 어떻게 인식하고 계십니까? 오히라씨의 일중관(觀), 혹은 중국관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答 : 중국과 일본의 관계엔 조금 '독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은 가까운 듯 하면서도, 게다가 멀고 가까운 불가사의 관계입니다. 우리나라야 중국문화의 영향 받긴 했습니다만 일본은 일본에서 다시 독자적인 문화를 키워 나갔으며, 일중(日中) 양국은 전혀 다른나라가 되어버렸어요.

問 : 그렇군요. 우리는 자칫 '동아동문(東亜同文)'이란 것을 강조하고, 그 동질성을 지적하곤 합니다만, 실태는 매우 다르죠. 그점의 인식이 결여되어 있는게 아닐련지...

答 : 네... 그런데, 양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까운데다 문화적 전통에도 공통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일본은 대륙과 관계를 어떻게 처리하냐는 것이 항상 커다란 매력있는 과제였죠.

때문에, 많은 '야심가[=戰前의 대륙 진출론자]'가 그것을 시도했습니다만, 대개의 경우 실패했구요.

問 : 조선(朝鮮)에 대해서는 신공황후(神功皇后)의 삼한정벌(三韓征伐) 이래 실패의 연속입니다. 대륙에 대해서도, 대동아전쟁을 보면 실패하고 있죠. 중국을 아는 사람들에 한해서 실패하고 있어요.

答 : 일중관계는 성공의 역사보단 실패의 역사가 많았던게 아닌가요? 그래서 우리는 중국과는 소원했어요. 일본은 경제적으로 볼 때, 오히려 태평양 건너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같은 국가들과 관계 방면이 대륙과의 그것보다 깊은 실정입니다. 자원 공급도, 상품시장도, 자본 교류를 봐도 태평양 국가들이 보다 가까운 관계죠.

경제적으로 보자면, 중국과의 관계는 중요하긴 중요합니다만 일미관계처럼 중요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중국은 일본의 이웃국가이고, 10억에 가까운 인구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나라입니다. 이 나라와의 관계를 수립하는 방식이라는 것만으로도, 일본외교 최대의 과제의 하나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습니다. 

최대 외교과제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일본의 내정(內政)에 있어서도 일중관계는 하나의 커다란 문제죠. 더구나, 중국 문제의 '내정적 측면'이라는 것은 매우 독특한 측면이 있어요.

問 : 흔히들 중국 문제는 일본의 국내 문제이기도 하면서, 일본의 내정 문제라고 하는 것이지만...
 
그 구체적인 의미는 어떠한 점에 있을까요?

答 : 그것은 중국과 진정한 의미에서 우호관계를 가져보자는 세력과, 그렇지 않고 어떠한 의미에서 중국에 대하여 '패권'을 확립하겠다는 세력이 일본 국내에 역사적으로 있었습니다. 최근엔 중국이 불행히 국공(國共) 양파(兩派)로 분열되었고, 국민당과 공산당이 환언하자면 '중화민국 정부[=臺灣]'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서로 중국의 정통한 대표권을 놓고 항쟁을 벌이며, 우리나라 역시 그 선택을 놓고 국내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었죠.

그런데, 결국 '두개의 중국'으로 갈 길이 없다는 이유로 일본은 그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問 : 둘로 나뉘어진 중국이 일본 국내에 작용할 '핵(核)분열'을 일으킨거죠. 그건 그렇다, 어떤 사람이 일본엔 '북경파(北京派)'가 있는가 하면 '대만파(臺灣派)'가 있다. 어찌됐든 상대는 '중국인'이며, 이 중국인에 대해 일본인들은 매우 약하다고 말하죠. 즉, 최근 정부의 대중(對中)외교를 보노라면 우리나라는 북경에 끌려다니고 있다면서 비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일대(日臺)관계를 보더라도 대만측에 끌려다니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구요.
 
어느쪽이든, 중국인한테 끌려다니고 있다... 이런 비판이 있던데, 그건 중국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이겠죠?

答 : 아니, 문제 자체가 너무 큽니다. 일중관계 문제가 지니고있는 폭이 광범위한 까닭에 그 접근법이 좀처럼 하나로 도출되지 않는거에요. 상대가 너무 크니깐...

問 : 과연... 상대가 너무 크니깐, 이쪽에서 정리되지 않는다. 확실히 그런 점은 있네요.

答 : 일본인이 중국인에 대해 약하다던지, 강하다는 따위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問 : 그리고, 어떻습니까? 일본의 일의대수(一依帶水)란 장소에 10억에 가까운 국민이 있고, 그것이 일본과는 정치 ・사회체제를 달리한 공산주의 체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정치와 외교자세 등 어떻게보면 상당히 공격적인 부분도 없지 않는데요. 그래서, 지극히 경계를 필요로 한다는 의견이 우리나라의 일각에 있는 것인데...

그러한 것을 오히라씨는 어떻게 보십니까?

答 : 나는 솔직히 중국에 그렇게 정통하지 않아서 권위를 자랑할만한 자격은 없습니다만, 나의 소박한 감정이라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대외적으로 공격적이다, 그러한 견해는 취하지 않습니다.

問 : 그렇군요. 그 기본적 인식은 대중외교를 추진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答 : 첫째로, 중국의 이 1백여년의 역사는 서구를 비롯하여 일본 등 열강의 좋은 사냥감으로 취급당했죠. 오랫동안 괴로운 처지였다 할 수 있어요. 바로 최근에, 그 중국이 그같은 단계로부터 처음으로 자주적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그것은 외부에 대해 중국이 공세를 취한다기보단 국내의 통합을 추구했고, 외국의 간섭을 배제하여 나갈 것인가에 전력을 다해왔던 것은 아닐까? 그점에서 공산 중국은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합니다.

또한 둘째로, 지금의 중국은 '공산주의인가? 무엇인가?' 말들을 합니다만, 동시에 매우 독특하고 유니크(Unique)한 '중국만의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공산주의'라 하지만 소련과도 다르며, 중국식의 하나의 통치 이념이란걸 가지고 왔습니다. 그건 '모택동주의'라고 할 수도 있고... 공산주의네 뭐네 하지만, 매우 '중국적인 것'이다...

問 : 소련 등 소위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국가와는 다르다는 거군요?

答 : 그런 '형식주의'가 아닙니다. 그래서, 일본도 그토록 중국에 위해를 가했던 나라이건만 가해자 일본에 대해서도 아무튼 [정상화 당시] 전혀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어요. 공세적이라 할 수가 없는거죠. 오히려, 다른나라들이 중국의 안전과 독립, 생존을 어떻게 존중해나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問 : 과거의 역사를 보더라도... 분명히 일본은 중국에 대한 '가해자'였어요. 그점에서 가해자로서의 상당한 반성이 있지 않았는가? 전쟁후에는... 그 반성이 역으로 지나치게 되어 중국에 부당하게 비굴해져가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일본에 있는데, 오히라씨께선 그러한 일은 없다고 보십니까?

答 : 뭐, 가해자로써 그걸 반성한다는 것은 '비굴해진다'는 것과 별개의 문제고...

차라리 반성이 없다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問 : 비굴해질 필요까진 없지만, 반성은 반성으로서 필요하다는 거네요?

答 : 반성을 많이해야 합니다만, 오히려 저는 최근의 일본의 풍조가 그런게 아니고 가해자인 입장과 피해자인 중국, '우리나라가 중국에 해(害)를 끼쳐 중국이 피해를 받았다는 그런 일중관계를 그다지 공정하게 보지 않으려한다'고 생각해요. 요컨대, 그런 중국이 일본과 대등한 우호관계를 요구한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가 성실하게 대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일본은] 가해자로서의 반성이 오히려 부족한 면모가 있습니다. 

비굴하긴커녕, 나로선 역행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지않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 1978년 6월 26일, 국내외 정세와 국정 구상 관련 인터뷰에서 중일관계의 소견을 피력하며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1979년 2월 7일, 동경의 총리관저에서 등소평을 영접하는 소노다(園田) 외상과 오히라 총리 
                    



덧글

  • 엘레시엘 2013/12/04 23:20 # 답글

    신공황후(풉)
    ...이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군요.
  • 心月 2013/12/09 17:16 #

    뭐, 세대적 한계라고 봅니다.
  • 동글동글 바다코끼리 2013/12/09 17:22 #

    한국의 역사교과서에는, 아직도 단군을 실제의 인물과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합니까?
  • 엘레시엘 2013/12/09 17:25 #

    호오, 바다코끼리씨는 신공이 단군과 동급의 허구의 인물이라는걸 인정하시는건가요?
  • 동글동글 바다코끼리 2013/12/09 17:34 #

    물론이에요.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덧붙이자면, 일본의 교과서에서 신코오(神功) 황후를 게재하고 있는 교과서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가 「역사왜곡」라고 공격한 후소샤(扶桑社)의 교과서에도 실리고 있지 않습니다.
  • 나고야거주남 2013/12/05 00:14 # 삭제 답글

    오히라 정도나이면 당시 소학교에서 신공황후를 교과서로 배웠을 나이죠. 옛날에 2차대전 전에 사용된 당시 일본 국사교과서를 본 적이 있는데 신공황후의 신라정벌은 삽화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저 당시 일본 정치가들은 마음 한구석에서 자신들이 과거에 벌인 일에 대해 약간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었는데 요즘 일본 정치가들은 세대가 바뀌어서 그런 감정이 없죠. 더우기 일본인들은 그다지 자신들의 과거 역사에도 그다지 우리처럼 관심이 없는게 일반적인 풍조라(왠만한 사람은 자신의 3,4대위만 해도 뭐하던 사람인지 잘 모릅니다. 관심도 없고요) 그걸 어떻게 우리의 역사인식과 조화시켜 나갈지가 앞으로 문제가 될 겁니다.
  • 心月 2013/12/05 22:58 #

    역사인식의 교감을 넓히려면 하다못해 민간 차원의 학술적 교류라도 활발해지는게 선결조건인데, 정상화 이래 당장 먹고사니즘이 급선무인지라 시대적 여건과 한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분야에 대해선 한일 양측 모두가 너무 무신경하지 않았었나 아쉬움이 들더군요. 그동안 제각기 주입시켜놓은 사관의 병폐를 해소하기로서니 서로간의 편견이 뿌리깊게 박힌데다, 시간적으로 봐도 너무 멀리 와버린 감마저 있고... 세대가 내려갈수록 개선 기미를 보이긴커녕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이나 일본이나 하나같이 여론들이 정치적 계산으로 휘둘리며, 더욱 저열화되어가는 듯한 양상속에 이래저래 참으로 난감한 과제이긴 합니다.;;
  • jaggernaut 2013/12/05 18:29 # 답글

    정말이지 양은 그자체로 질이란 스탈린의 말은 진리죠.
  • 心月 2013/12/05 23:01 #

    보통 경륜의 차이라고나 할까, 전쟁을 직접 체험해 본 장본인과 그렇지 못한 세대들간에 사고방식의 수준이나 가치관이란 측면에서 그 간극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더군요.;;
  • 위장효과 2013/12/06 08:09 # 답글

    몇 년 전 처음으로 심월님을 알게 된 이후 항상 나눠왔던 이야기가 바로 "전후세대들이 정권을 담당하게 되자 참전세대에 비해 질적으로 저하된 게 너무나도 두드러지게 눈에 뜨인다."였지요.

    동북아시아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68세대들이 전면으로 나선지도 벌써 20년가까이 된 셈인데 그 사이 국제정치판 돌아가는 거 보면...정말 참전세대 출신 정치가들은 거인이었구나-단점도 크지만 그만큼 장점도 크고-라는 느낌밖에는 없습니다.

    당장 중국만 해도 부도옹이 "앞으로 50년동안은 밖으로 뻗댈 생각말고 힘을 축적해라"라고 했던 게 국공내전, 중일전쟁 다 겪은 경험에서 나온 유훈인데 현 지도부는 이미 그런 교훈따위 다 잊은 거 같습니다.
  • 心月 2013/12/07 23:02 #

    정치의 본질 자체가 국가경영이든, 이권장사든... 듣기좋은 감언이설 따위나 취사선택해 번지르르하게 내놓는 포퓰리스트보단, 약간 고지식하나마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적재적소의 경륜가가 당연히 낫지않겠습니까. 정치가 국민 여론과 그 수준의 반영이란 관점에서 고려하자면, 정치인들만 탓할 문제도 아닌 듯 싶습니다.
  • 동글동글 바다코끼리 2013/12/06 14:11 # 답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사죄가 모자란, 반성이 모자라다고 하는 오히라(大平)의 지적은, 나도 동감입니다.
    물론, 지금의 중국은 대단히 횡포합니다만, 그것은 80년 전날 본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에의 사죄는 이제 지나치게 충분합니다만, 중국에 대하여는, 영토문제이외에서는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2013/12/07 23: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동글동글 바다코끼리 2013/12/09 13:34 #

    중국의 지도자들도 열화했습니다만, 일본의 지도자들도 열화했습니다.
    열화했다고 하는 것 보다, 일중 일한의 최대의 문제인 일본 제국 주의의 팽창에 관한 문제.
    그것들을 오히라(大平)는 자기들로서 알고 있고, 중국·한국의 지도자들도, 현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지도자들은 중국·한국에서는 과도 하게 당시의 「현실」을 나쁘게 평가하고, 일본에서는 잘 평가한다.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과장된 망상이 현실이라고 생각해버린다.
  • 위장효과 2013/12/09 16:57 #

    넌 일단 말이나 배우고 오라니까.
  • 동글동글 바다코끼리 2013/12/09 17:12 #

    말의 문제로 이렇게 차별 대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하시다면, 일본 통치 시대의 조선인이 2등 국민 취급 호평을 받아도 당연하다라고 하는 것은 정강이.
  • 心月 2013/12/09 17:15 #

    모두들 노여움을 푸시고, 제 블로그에서 키배 자제를 앙망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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