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과 수상 방미(訪美) 국제, 시사








최근 우리의 주변엔 긍정적인 소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쩌다 반가운 소식이 생기더라도, 그냥 지나쳐 버리기가 일쑤였다. 금번 일본 총리의 워싱턴 및 뉴욕 방문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진지하고, 거의 근엄하기까지 한 미키(三木) 총리는 미국 방문 와중에 점잖은 자세로 세계의 위협적인 경제 문제 등에 관하여 언급했을 뿐이다. 우연히도 그는 히로시마 원폭투하 30주년을 맞이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중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수상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또한, 일본과 사전 협의가 없어 미일관계에 긴장감을 조성했던 닉슨의 대중(對中) 개방정책이나 더더욱 놀라웠던 경제적 조치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의 일'은 묻어버린 채 '미래의 일'만이 의제에 올랐던 것이다. 포드 대통령은 핵공격이나 재래식의 무력 공격에 대해 일본을 방위할 것을 확약했다.

미키 총리도 국제사회의 새로운 경제 ・정치적 질서를 위해 협조할 것을 약속했는데, 하비브(Habib) 국무 차관보는 정상회담 종료 후 '미일관계가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가 없었다'며 절찬했다. 이것은 사태를 잘못 이해시킬 수 있다. 작금의 일본 경제는 석유 수입에 극도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 연료를 주로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므로 일본은 국내 산업시설을 가동시키기 위해 유조선들을 페르시아만(灣)에서 인도양을 경유해 본국까지 매일 매시간마다 50 마일 간격으로 운행시키고 있다. 때문에 중동 정책, 특히 이스라엘과 아랍 제국의 견해차를 중재하려는 워싱턴의 노력은 만약 키신저가 실패할 경우, 모든 상황을 곧바로 변화시킬 수 있다. 석유 문제로 단초가 되었던 진주만 공습 이후로 미일관계의 조용함은 맥아더 시대부터 최근 수상의 방미까지 전쟁 당사국간 가장 극적인 화해임에 틀림없다.

종종 인간은 특수한 사건의 모습을 형용하고자 개인적인 체험을 이야기하게 된다. 진주만 기습이 발발하기 전야의 중대한 시기에 일본 대표단은 워싱턴 매사추세츠가(街)의 대사관에 있었는데, '전쟁인가 평화인가'를 토론하면서 일본 대사인 노무라(野村) 제독은 필자한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전쟁을 하게 된다면, 그 전쟁은 일련의 전쟁의 서막이 되기 때문이다. 누가 패배하던지 간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때문에 전쟁은 1세기를 필요로 하더라도 계속될 것이다.' 전후(戰後) 동경에서 그를 찾아가 이 묵시적 예언을 상기시키자, 아주 늙어 있었던 그는 '내가 틀렸네. 화해스런 평화를 상상하지 못했으나, 실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키 총리는 여기에 감상적이지 않았고, 조용한 성격대로 입밖에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석유에 집착하고 있었다.

일본에선 연간 80억$이었던 석유 수입대금이 230억$로 뛰어 올랐다. 유가(油賈)가 10%만 추가 상승한다면, 일본의 경제 회복은 커다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어찌됐든 유가 상승은 수습되지 않으면 안되며, 더이상 일본 국내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총리 방미의 의의는 에너지 ・경제 문제의 현실에 적응해 국제 공동의 문제는 오로지 공동의 행동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원칙을 받아들이려는 의향을 표명한데에 있다. 이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도, 개인 활동에서도 구체적인 제안은 제기되지 않았음에도, 다만 수상은 미일간의 이견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와 산업 선진국과 중소(中蘇) 및 빈곤국들과의 협상에 대해선 그 나름의 생각과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문제가 토의되었으며, '원폭투하 기념일'에 행해진 사실은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 대일(對日) 원폭투하 30주년을 맞아 미일관계의 진로에 대한 칼럼을 서술하면서
                                                                   제임스 레스턴(James Reston)




              1979년 종전 기념일의 나가사키 오우라(大浦) 성당 전경, 원폭으로 완파된 것을 전후에 복구하였다.




덧글

  • 나고야거주남 2015/08/10 18:52 # 삭제 답글

    원인제공은 자신들이 했더라도 일본은 결코 원폭 두 방에 10수만이 숨진 사실을 잊지않죠. 미국 역시 그런 일본을 잘 알죠. 하지만 더 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수위조절을 하는 미일이야말로 무서운 존재죠.
    추신- 몇 일전 일본 티비에 히로시마 원폭투하 3시간 후에 사람들을 찍은 흑백사진을 디지털 사진으로 재구성한 것이 공개되었습니다(폭심지에서 2킬로). 비록 흑백필름이지만 원폭화상으로 머리가 다 탄 상태에서 피부가 몇 곂 벚겨진 여성 사진을 본 의사 왈, 인간이 살아있는 한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을 느꼈을 것이라하더군요. 상상만해도 밥 맛이 떨어지는 그런 의사의 얘기를 들으면서 원폭으로 인해 우리는 식민지에서 해방되었고 일본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정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과연 저 수단이 베스트였냐는 조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단 생각이 들더군요.
  • jaggernaut 2015/08/10 21:46 #

    올림픽 작전이랑 코로넷 작전이 실행됐으면 더 많이 죽었고, 한국은 아직도 김씨 부자 지배하일 것이 확정이며, 본토공략에 소련이 참전하면서 일본의 분단이 확정되었겠지요.

    원폭은 일본에게 있어서 잔인한 축복이라고 봅니다.
  • luxanna 2015/08/11 12:03 # 삭제

    미국보다 저 지경이 되도록 항복안한 일본수뇌부탓이죠. 보신하려고 국민 수백만을 타죽게만든.
  • jaggernaut 2015/08/10 22:00 # 답글

    미국입장에서는 일본이 앞으로 '보통국가'화 된다면, 당연히 자신들 없이는 해나갈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싶어할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해군이 아닌 육군에 투자를 분산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수 입니다. 일본이 원폭과 군정의 원한을 못잊는만큼이나 진주만의 악몽은 계속 남아있을테니까요.

    또한 우리 입장에서도 한국 혼자서 중국 전체를 상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냉전기에 서독 3, 미국 2, 영국 1의 비율로 야전군을 마련했듯이 우리도 동등한 정도의 지상군 배치를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얻어낼 수 없다면 애초에 미일과의 동맹은 무의미하죠.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싸워서 아테네는 패배했을지언정 살아남았지만, 그 과정에서 멸망당한 약소국들은 이름조차 기억해주는 사람이 드뭅니다. 국민들이 노예로 팔린건 물론이구요. 중국의 속국으로 내정간섭을 받는 편이 한반도가 전장이 되고 국민이 살육당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습니다.

    물론 베스트는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의 호전성이 사그라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주한미군 증강이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지상군 배치를 꺼리는 미국이나 입만 놀릴뿐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일본이나 큰 믿음은 안가는 점, 트럼프 열풍에서 엿보이는 미국의 고립주의 성향의 심화(사실 이게 더 뿌리깊은 미국의 태도죠) 등에 비추어 해양세력에 올인하는 선택지는 고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KittyHawk 2015/08/12 12:49 #

    전 회의적입니다. 그간 중국의 조야가 한국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지 생각하면 일본과는 어렵더라도 미국과의 동맹 유지가 상대적으로 낫다 여겨지더군요. 중국의 동향을 관찰하는 논객들도 중국이 마지못해서라도 존중하는 건 미국과 가까운 한국이지 그 외의 한국은 논외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이전에 중국 준관영 언론인 환구시보에 미국만 없으면 한국을 손봐줬을것이라는 식의 글이 올라온 걸 생각하면 그러한 확신이 더욱 강해집니다.
  • jaggernaut 2015/08/12 17:09 #

    중국과 미국의 대결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대결이 벌어질 경우 한국은 중국 지상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냉전기 서독은 뒤에 나토와 협조할 준비가 된 프랑스의 대군,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등의 나토동맹군, 주독미군에 더하여 영국 라인군단까지 등에 업고 소련과 맞섰습니다.

    그런데 우린 뭐가 있습니까? 미국은 주한미군을 못줄여서 난리고, 일본은 우리의 정치적 반발을 떠나서 육자를 한반도에 배치할 능력도 의사도 없습니다.

    더 많은 지상군. 이 명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한국이 미국, 일본에 어떤 충성을 보이건 간에 그저 유사시에 버려질 뿐입니다. 오지 않는 영불 연합군을 기다리며 짓밟힌 폴란드 신세는 사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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