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우리가 영광스러운 과거에 대해 자학해야 하냐? 국제, 시사








푸틴은 자신의 정권 출범 초기부터 소련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러시아를 열강으로 재건하는 것이 그의 의제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그의 계획은 특히 소련에 대한 향수(Nostalgia)와 호응했을 때에 인기를 누렸다. 소련의 붕괴는 대다수 러시아인들에게는 굴욕이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그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그들에게 안전과 사회적 보장을 제공했던 경제 시스템, 초강대국의 지위를 갖춘 제국,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들이 학교에서 배웠던 소비에트 역사에 의해 형성된 민족 정체성. 러시아인들은 글라스노스트(Glasnost) 시기에 조국의 역사가 더럽혀졌던 것에 분개했다. 그들은 스탈린 시기에 수백만이 희생된 자신의 혈육에 대한 질문을 강요당하는 사실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얼마나 '나쁜가'에 대한 강의를 듣기를 원하지 않았다.

푸틴은 1917년 혁명 이후의 러시아를 자랑할 만한 업적을 가진 '강대국'이라고 재천명함으로써 러시아인들이 다시 한 번 러시아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도록 도왔다. 푸틴의 계획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소련 시기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표현했다고 판단된 교과서들은 교육부의 승인이 거부되었고, 결과적으로 교실에서 퇴출당했다.

2007년 푸틴은 역사학 교사 모임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우리 역사 속의 어떤 '문제적인 면'에 관해서 살펴보면 그렇다. 그런데 그런 것이 없는 나라가 과연 존재할까? 우리는 몇몇 다른 나라보다는 그런 면이 적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역사는 몇몇 다른 나라의 역사 만큼이나 끔찍하지 않다. 그렇다. 러시아 역사엔 몇몇 끔찍한 면들이 있었다. 1937년에 시작된 사건들을 기억해보자. 그것에 대해 잊지 말자. 그러나 다른 나라들 또한 러시아 못지 않게 그런 끔찍한 사건들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어찌됐든 러시아는 미국이 베트남을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화학 약품을 수천 km의 지상에 쏟아붓거나 2차대전을 통틀어 쓴 포탄보다 7배나 많은 폭탄을 손바닥만한 나라에 떨어뜨린 짓은 하지 않았잖는가? 우리는 이를테면 나치즘과 같은 그밖에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국가들의 역사 속에서는 온갖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짊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



푸틴은 스탈린의 범죄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대해 깊이 골몰하지 말아야 하며, 러시아가 가진 '영광스러운 소련의 과거'의 건설자로서 스탈린이 이룩했던 업적과 균형을 맞추어야 할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했다. 대통령이 의뢰하고, 일선 학교에서 강력히 추진되었던 역사 교사들을 위한 지도서에서 스탈린은 '조국의 현대화를 보장하기 위해 테러 작전을 합리적으로 수행했던' '유능한 경영자'로 묘사되어 있다. 여론 조사는 러시아 국민들이 혁명의 폭력에 대한 이런 골치아픈 태도에 공감하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2007년 3개 도시[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 ・울리야노프스크]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의 71%가 체카의 설립자 제르진스키(Dzierżyński)가 '공공 질서와 시민 생활을 수호했다'고 믿었다. 불과 7%만이 그를 '범죄자이자 사형 집행인'이라고 생각했다.

훨씬 더 충격적인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탈린 치하의 집단 탄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그들 중 대다수는 약 '1천만명에서 3천만명 사이의 희생자'들이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들 응답자 가운데 2/3는 스탈린이 조국에 긍정적이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였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스탈린 치하에서 국민들이 '더 친절하고, 연민의 정(情)이 깊었다'라고 생각했다. 수백만이 살해당한 사실을 알면서도, 러시아인들은 혁명의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국가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볼셰비키의 이념을 계속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또다른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의 42%는 '스탈린과 같은 지도자'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는 결과도 나와 있다. 2011년 가을, 수백만명의 러시아인들이 TV 쇼 프로그램인 <시간의 법정(Sud vremeni)>을 시청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러시아 역사에 등장한 여러 인물과 사건이 시청자들로 구성된 변호사 ・증인 ・배심원이 참여한 모의 재판에서 심판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전화 투표를 통해 판결을 이끌어 낸다. 그들이 도출한 판결은 러시아인의 태도 변화에 큰 희망을 품게 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78%는 스탈린의 '반(反) 농민 전쟁'과 집단화의 재난적 결과에 대한 증거를 접하고 나서 소련의 산업화를 위해 농촌 집단화는 정당하다고['필요악'이라고] 여전히 믿었으며, 불과 22%만이 그것을 범죄로 간주했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1939년] 비밀 협약에 대해 91%의 시청자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9%만이 그것을 2차대전을 발발하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생각했다. 브레즈네프 시기에 대해서도 동일한 투표수가 기록되었는데, 시청자 91%가 그 시절을 '가능성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 by 올랜도 파이지스(Orlando Figes) 著 <혁명의 러시아(1891~1991)>에서 발췌



덧글

  • ... 2019/06/07 16:55 # 삭제 답글

    한국에서 박정희에 대한 그리움에 '빨갱이'에 대한 반감이 붙어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 시절부터의 러시아인들의 고통에 유대인들이 배후에 있다는 입장을 러시아인들이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정교회 국가로서 이슬람 제국(오스만)과 전쟁을 했는데. 이슬람 제국은 유대인과 아랍인들의 동맹이 페르시아 제국을 무너뜨리며 시작되어, 정교회(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면서 전성기에 도달했다. 라는 식으로 한국인들은 생각하지 않으니 좀 이상해 보이겠지만,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은 러시아 인들의 대전략을 반영하고, 스탈린에 대한 태도는 그기에 근거해서 만들어졌을 거라고 생각해 보면 ,
  • ... 2019/06/07 17:04 # 삭제 답글

    '타자는 이해불가능한 지옥이다'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이해 불가능한 지옥을 견디며 사는 병사'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 존다리안 2019/06/07 20:48 # 답글

    예...나비폭탄에 손발이 잘려나간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
    독가스 안뿌렸다스키! 절대 안뿌렸다스키!
  • 2019/07/14 05: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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